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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임대' 수십억 稅폭탄…5만 가구 공급도 불투명

입력 2025-11-25 17:54   수정 2025-12-01 16:10

개발업체 SK디앤디에서 올해 초 내놓은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 컨비니’가 1~2인 가구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라운지형 리빙룸과 루프톱, 사물인터넷(IoT) 접목, 임차료 카드 납부 등 주거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어서다. SK디앤디는 2029년까지 소형 임대주택 5만 가구 공급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이 같은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임대주택에 투자한 모건스탠리 등 투자회사가 ‘다주택 보유’만으로도 세금 수십억원을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회사가 한국 내 사업 추진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국내 임대주택 시장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 하루아침 세금 폭탄…대출도 ‘제로’로
25일 임대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와 ICG, 부동산 개발업체 하인스 등 글로벌 기관투자가는 2~3년 전부터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주목했다. 올해는 6751억캐나다달러(약 685조원)를 굴리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투자를 단행했다. KKR은 서울 영등포구와 동대문구에, ICG는 강남구와 중구에 ‘알짜 부지’를 확보했다. 모건스탠리는 금천구와 성북구, 강동구 등에 고급 소규모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전세 사기와 1인 가구 증가, 고금리 장기화 등이 맞물리며 그동안 오피스 위주로 투자하던 외국계 기관이 임대주택에 러브콜을 보냈다.

역전세에 취약하고 서비스 질도 중구난방인 개인 위주 국내 임대 시장에 자금력을 갖춘 기관의 참여로 주거 서비스 질과 입주민의 만족도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 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 신촌’은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과 회의실로 사용 가능한 ‘멤버스 라운지’를 갖추고 있다. 영화관, 헬스장, 도서관도 있어 인기가 높다. 그러나 정부가 무차별 규제를 단행해 청년과 1~2인 가구를 위한 기업형 주택 임대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수요자들이 양질의 주택에 거주할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투기’ 판단 미루며 허송세월

장밋빛 전망이 기대된 기업형 임대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무더기 엑시트(탈출)’ 위
기를 맞은 것은 행정 실패 때문이다. ‘10·15 부동산 대책’은 한강 벨트 등의 아파트값 상승을 막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그 여파로 투기나 집값 상승과 관련이 적은 기업형 임대시장 취득세는 중과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은 제외됐다. 당장 이달 거래계약이 예정돼 있던 A사가 운영을 맡은 서울의 한 오피스텔은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펀드가 자체적으로 종부세를 낼 자금을 충당할 수 없어 ‘기한이익상실(EOD)’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9·7 대책에서는 임대사업자 주택대출을 ‘제로’로 만들어 멀쩡한 주택을 공급하려던 계획을 접고 생활형숙박시설 등 우회 상품을 택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투기를 차단하겠다”며 2018년 조정대상지역 내 새로 취득하는 임대주택에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제외했다. 법인에 최고세율(6%)을 적용하고 종부세도 합산해 주택 보유에 대한 세 부담을 키운 것이다. 취득세 역시 12%로 중과되기 때문에 사업의 ‘출구 전략’ 자체가 막힌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 수천 가구를 운영하는 기관에 대한 예외 규정도 없이 조정대상지역 제도를 무차별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며 “양질의 공급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기관투자가를 내쫓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맹그로브 같은 건설형 임대의 경우 대출규제와 세금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매입 임대 사업자가 향후 ‘받아줄 수 없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사업시작 시점에 불확실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MGRV 관계자는 “CPPIB와의 사업은 개발형 임대주택 위주여서 당장의 직접적 영향은 없다”며 “계획대로 차질없이 투자금 전액을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큰 틀에서 시장 환경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작용이 예상됐던 기업형 임대 과세 문제를 10·15 대책 발표 전 손보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언제 어떻게 대책이 달라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정부가 뒤늦게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호응할지 미지수란 지적도 나온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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