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기 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 참여를 허용해 온 국내 항암제 임상시험의 문턱이 대폭 낮아진다. 이에 따라 획기적인 신약이 개발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희망을 품었다가 까다로운 임상시험 참여 조건 때문에 좌절했던 암 환자들의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앞으로는 표준치료법이 남아있는 초기 치료 단계의 암 환자도 본인의 의지와 의학적 판단에 따라 항암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환자의 생명권과 치료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넓히려는 조치다.
지금까지 국내 항암제 임상시험 관행은 기존 표준 항암 치료를 모두 받았지만, 효과가 없거나 재발해 더 이상 쓸 약이 없는 '말기 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 참여를 허용해왔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취지지만, 급변하는 제약 바이오 기술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최근 개발되는 항암제 트렌드를 보면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유도미사일처럼 약물을 전달하는 '항체약물복합체(ADC)', 환자의 면역체계를 일깨우는 '차세대 면역항암제' 등 과거 독한 항암제와 달리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말기 환자 우선'이라는 기준 때문에 정작 신약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초기 환자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했었다.
이에 식약처는 '항암제 초기 임상시험의 대상자 선정 시 고려사항'이라는 민원인 안내서(가이드라인)를 오는 12월까지 새롭게 마련할 방침이다.
안내서에는 표준치료법이 존재하더라도 환자가 임상시험 참여를 원하고 전문가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초기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한 기준이 담길 예정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더 유리할 수 있는 최신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되고, 제약·바이오 업계 입장에서는 초기 환자 데이터 확보로 난치성 암 질환 치료제 개발을 더욱 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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