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강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전문가들은 26일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를 상단으로 지지력 테스트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추가 약세 우려감 속에 좁은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엔화 추이와 더불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 1470원대에서 정부의 개입 여부 등이 중요한 변수"라면서 1450~1490원대 단기 등락을 예상했다.
소재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의 무게 중심은 아직 위쪽에 자리 잡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아직 금리 인하 경로에 있다는 문장을 반복해도, 이번주 예상되는 금리 동결은 상당 기간 인하가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460~1480원대 단기 등락을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의 이유로 수급 불균형을 꼽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경상수지는 827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해외 증권투자액은 998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보다 해외투자로 나간 달러가 더 많아 순유출이 발생했다는 논리다.
정부는 '서학개미'(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결제 수요 확대를 원화 약세 고착화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101억달러(약 14조8700억원)였던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는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이미 287억달러(약 42조26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증권사들은 통상 하루 동안 고객들이 사고판 해외 주식 거래를 밤새 정산한 뒤 부족한 외화를 외환시장 개장 시점인 오전 9시쯤 일괄적으로 환전해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원화가 시장에 풀려 시세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외환시장협의회 소속 9개 대형 증권사의 외환 담당자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여기에 달러화 추가 강세를 예상하고 있는 기업들의 달러 보유 확대가 꼽힌다. 과거에는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며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났지만,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 내 현지 투자 확대, 관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환전을 미루고 있다.
지난 18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등 수출기업인들과 만나 '환율 안정'에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국제대차대조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해외투자, 특히 해외증권투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라며 "우리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주식 매수가 늘어나며 대외금융부채도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대외금융자산 증가 폭이 더 커 해외로 나간 자금이 더 많은 만큼 수급 측면에서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불확실성 속 달러인덱스의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 어렵지만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400원대 중후반에서 박스권 등락을 예상한다"며 "오버슈팅 시에는 상단으로 148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으며 해당 레벨에서는 당국이 나설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환율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고환율 관련 메세지를 시장에 내놓는다. 또 정부와 국민연금 간에 구성된 4자 협의체에 대한 설명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을 통한 환율 안정 방안으로는 국내 투자 비중 확대, 전략적 환헤지, 한은과 국민연금 간의 외환스와프 계약 확대 등이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2001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99% 신뢰구간을 벗어나는 극단적 수준을 5영업일 이상 넘어설 경우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하는데, 현재 이 구간이 1480원대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국의 구두개입 수준에서 벗어나 국민연금이 본격 개입하면 환율 하락폭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지난 1월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돌파하자 국민연금으로 추정되는 선물환 매도가 시장에 대거 유입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20원 가까이 하락한 사례가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날 환율은 정부의 긴급 간담회를 관망하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Fed)의 차기 의장 후보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인사'가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약달러 분위기가 나타날 전망"이라며 "특히 단기 고점을 확인한 덕분에 외국인들이 달러 매도에 나설 수 있어 하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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