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순찰을 하고 청소하며, 주민에게 커피를 만들어 준다. 주차장 각 동 입구에도 로봇이 배치됐다. 골프채 등을 차량 트렁크에서 꺼낸 주민은 이 로봇에 짐을 맡긴 뒤 주소와 연락처를 남긴다. 주소를 입력한 로봇은 스스로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입주민의 집까지 짐을 안전하게 배송한다.지난 16일 모습을 드러낸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 공개 현장이다. 이날 오전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의 한 아파트 입주민 100여 명은 스마트시티에 적용된 로봇 기술 시연장을 둘러봤다.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2.8㎢(약 84만 평) 부지에 2039년까지 5조6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로봇부터 자율주행 등 교통혁신 기술,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에너지 서비스를 실증하고 부산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게 목표다.
스마트시티부산은 로봇 제조 기업과 협업해 로봇 관제 플랫폼을 개발했다. 에코델타시티의 아파트에 마련된 짐캐리, 청소, 바리스타, 순찰 등 4종의 로봇에 대한 서비스 고도화 사업을 추진한다.
서비스 폭도 더 확대된다.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부산시와 스마트시티부산은 총 25개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스마트 플랫폼 및 인프라 분야에서는 도시 데이터를 수집·저장하는 인프라를 비롯해 증강현실(AR), 디지털트윈, 센서 기반의 스마트 IoT 인프라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제작에 들어간 자율주행버스는 내년 시범운영이 목표다. 스마트시티부산은 자율주행모빌리티를 비롯해 이동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통합모빌리티(MaaS)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스마트 주차, 퍼스널 모빌리티, 차량 공유 등의 서비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헬스케어, 생활 혁신, 에너지 분야에서의 서비스 실증도 이뤄진다. 시는 지역 의료기관과 AI를 연계해 만성 질환자를 밀착 관리하는 서비스 및 폐기물 배출과 자원화에 이르는 라이프사이클 구현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플랫폼 등의 사업도 추진된다.
부산시는 이달 5일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분산에너지특화지역으로 지정됐다. 부산시는 분산에너지특구의 세 유형 중 ‘신산업활성화형’으로 선정됐다.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AI 기반의 에너지 관리 효율화가 이 유형의 핵심이다. 스마트시티의 핵심 거점인 에코델타시티를 포함해 명지지구와 강서권 6개 산업단지가 포함된 49.9㎢(약 1511만 평)가 사업 대상지다.
대규모 ESS 단지를 조성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활용해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고 공급해 전력 계통 안정성과 에너지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계획이다. ESS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및 AI 기반 지능형 전력망과 연결된다.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기술이 부산 강서구에서 실현된다.
총 500㎿h 규모의 대규모 ESS 설치로 기업은 심야 시간대에 충전한 전력을 피크 시간대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업별 최대 8%, 부산 전체적으로 연간 157억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SS 구독 서비스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무정전 전력 공급을 위한 설비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에코델타시티를 중심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유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박형준 시장은 “전국 최초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 지정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넘어 부산의 산업 경쟁력과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등 첨단기업이 집중되며,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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