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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학과 접점 늘리는 효성전기…"매뉴콘 타고 유니콘으로 성장할 것"

입력 2025-11-26 15:46   수정 2025-11-26 15:48

대략 20m가량 뻗은 제조 라인에 로봇이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동차용 주차 브레이크용 모터를 생산하는 이 라인에선 6초에 1대꼴로 제품이 생산된다. ‘모터’ 대신 ‘동력’을 회사의 핵심 기술로 선언한 부산 기장군 효성전기 본사 공장이다. 이 공장의 핵심 제품인 블로어 모터 라인 4개는 지난 9월 ‘싱글 PPM’을 달성하기도 했다. 싱글 PPM은 제품 100만개당 불량품 10개 미만을 달성했음을 의미한다. 공장 곳곳에는 ‘라이다(LiDAR)’와 같은 새로운 제품 생산라인을 깔기 위해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소형 모터의 강자 효성전기가 2028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부산테크노파크의 ‘매뉴콘’ 사업에 지원했다. 지원 예산을 챙기자는 취지의 참여가 아니다. 경쟁은 글로벌 시장에서 벌이는데, 기업이 얻는 각종 정보는 서울에 비해 현저하게 뒤처진다는 답답함 때문이다. 정진근 효성전기 회장(사진)은 “대학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부산테크노파크와 손을 잡았다”며 “제조업을 유니콘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부산테크노파크의 ‘매뉴콘’ 전략이 우리 회사 목표와도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 기업가 ‘육감’ 적중
“전 세계 신차 4대 중 1대에 우리 회사 제품이 들어갑니다.”

정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시기 집중적인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효성전기는 1973년 완구 및 헤어드라이어기용 모터 제조사로 출발했다. 가전과 자동차용 모터로 영역을 확대하다 1980년대 말에 아예 자동차 모터 제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기업의 주력 제품은 차량 에어컨 바람을 생성하는 블로어 모터. 전 세계 점유율 2위로, 일본 기업 덴소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효성전기의 지난 10여 년간 매출은 드라마틱하게 증가했다. 중국(3개), 인도(2개), 유럽(2개), 미국 등 해외법인 매출까지 합한 효성전기의 매출액은 2010년 1억1000만 달러에서 2022년 4억2000만달러로 세 배 넘게 성장했다. 정 회장은 “특히 인버터와 배터리 등에 본격적인 투자를 한 뒤 매출이 급상승했다”며 “신공장 가동 후 블로어모터 350만대 규모의 생산 능력이 1100만대로 늘어나 관련 매출도 크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시기 기업가의 ‘육감’이 적중했다. 정 회장은 이 시기에 연구원 중 절반을 떼어내고 전기차 및 수소 에너지 분야로의 개발을 지시하고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했다. 이 시기에 또 경북대의 BMS(배터리관리시스템), 독일 인버터 제조사 HPR, 기차용 인버터 및 전장 제조 기업 브이씨텍 등을 인수했다. 기장군 본사 옆에는 약 9000평(2만9752㎡) 규모의 신공장이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 모터 기반 모듈화 실현
이에 따라 기존의 모터 기술은 인버터와 결합해 다양한 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정 회장은 “로봇 움직임의 근원인 각종 관절에도 모터가 들어간다”며 “인버터가 결합하면 아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효성전기의 주력 차세대 제품인 7세대 블로어 모터는 ‘브러시 리스’로, 기존 움직임의 원천인 흑연 대신 인버터(제어기)를 넣어 반영구적으로 쓰면서도 소음이 없는 제품으로 재탄생했다. 자율주행의 ‘눈’이 되는 라이다도 효성전기가 새롭게 진출하는 영역이다. 라이다에 소형 모터를 넣어 거울을 회전시켜 빛을 쏘는 방식의 기술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진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내년 1월 양산을 앞두고 있다. 현재 기장 본사 공장에는 라이다 등 인버터와 모터가 결합한 4개 신제품을 위한 공정이 새롭게 설치되고 있다.

또 보일러용 모터 등 11개 라인은 증량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엔진을 돌리는 유압식의 움직임을 전동화로 대체하고, 각종 가전 상업 제조 등 움직임이 있는 곳에 제품이 적용된다. 제품 종류만 250여종에 이른다. 최근에는 탱크, 미사일, 비행기, 전함 등 방산 분야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 AI 공장 본격화
효성전기는 올해부터 공정에 AI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로봇이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용 모터 제품을 검사실에 넣으면, AI 검사실이 가동된다. AI는 모터의 소리 데이터 30만대를 학습하고 현재 불량품을 가려내고 있다. 효성전기는 내년 모든 공정에 AI 검사기를 도입할 방침이다.

AI의 역할도 확대될 전망이다. 동의대 인공지능 그랜드ICT센터와 함께 자동화 설비에 대한 AI 기반의 고장 예측 시스템(예지보전 기술)을 개발한다. 이미 250종에 달하는 효성전기의 제품 생산계획은 AI가 짜고 있다. 정 회장은 “공정의 모든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다”며 “내년 2월께 지어질 공장은 한층 더 효율적인 생산 시설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과 유기적 협력체계 가동
3층에 만들어진 사무실은 위계적인 질서를 찾아볼 수 없었다. 부서장 아래 일자로 배치된 구조 대신 모든 책상은 4인용으로 비스듬하게 배치됐다. 임원도 전용 사무실을 반납하고 여기서 일한다. 칸막이도 없고, 정해진 자리도 없다.

생산라인도 자유롭다. ‘뻔앤펀’으로 이름 붙여진 사고 예방 프로그램은 작은 포스트잇 하나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구조로 정착했다. 다칠 뻔한 경험을 포스트잇에 적으면 회사 차원에서 개선하는 것으로, 이날 게시판에도 ‘소소하게’ 불편한 작업 환경 개선 사항이 붙어있었다.

정 회장은 매뉴콘 사업을 통해 대학과 기업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학 교수와의 기술 교류부터 시작해 대학 소속 연구원과 효성전기 연구원의 자유로운 교류까지 추진한다. 효성전기의 자랑인 시험설비의 공유까지 가능하다. 소음 저감, 경량화, 내구성 강화 등 자사 생산 제품 대부분을 자체 시험이 가능할 정도로 투자에 심혈을 기울였다. 신공장을 설립하면 신제품 시험까지 커버할 것으로 정 회장은 내다봤다. 이미 동아대 전기공학과와 협업을 시작했고, 부산대 등 지역 대학과의 접점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그는 “지역 대학 소속 학생이 우리 회사에서 일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미국 관세 영향이 있겠지만, 2028년 연결기준 매출 1조원 돌파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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