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한국은행이 제시한 ‘스테이블코인 7대 리스크’를 정면 반박하는 보고서를 26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경제학·법률·디지털자산·금융규제·통화정책 등 관련 분야 전문가 10여 명이 참여해 작성됐다. 보고서는 유럽 MiCA 규제와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국제결제은행(BIS) 실증연구 등을 근거로 한국은행 주장을 분석하고 실증 자료를 토대로 검토 기반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자체 보고서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불안정성(디페깅) ▲빠른 뱅크런 위험 ▲예금자보호 부재 ▲금산분리 원칙 훼손 ▲자본 유출 촉진 ▲통화정책 효과 약화 ▲금융중개 기능 저해 등 7대 리스크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구조적 위험이 금융·통화 시스템 전반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 의원실 보고서는 이러한 우려가 제도 설계를 통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법적 1대1 상환권 보장, 100% 안전자산 보유 의무화, 도산격리 신탁, 상환 속도 조절 장치 등 설계를 갖추면 한국은행이 제기한 대부분의 위험은 실질적으로 관리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민 의원은 한국은행이 언급한 디페깅과 코인런, 소비자보호 공백 등은 “적절한 제도 설계로 관리 가능한 미시적 위험일 뿐”이라며, “오히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때 구축하지 못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해외 빅테크에 경제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 진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행이 우려하는 '코인런'에 대해 보고서는 은행과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차이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은행은 부분지급준비제 기반이라 구조적으로 뱅크런에 취약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액 전액을 안전자산으로 예치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어 본질적으로 구조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또한 클릭 속도가 빠르다고 실제 환매가 즉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본인 확인과 은행 영업시간 등 오프체인 제약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금산분리 논란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금산분리의 핵심은 산업자본의 신용창출 기능 악용 방지인데, 스테이블코인은 100% 준비금을 전제로 대출 기능이 원천 차단되므로 금산분리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빅테크 독점 우려는 금산분리 문제가 아니라 공정거래 영역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민 의원은 한국은행이 간과하고 있는 ‘진짜 7대 리스크’도 별도로 제시했다. 외환위기 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신뢰가 쏠리며 원화 가치 하락이 가속되는 ‘원화런’ 위험, 결제 데이터가 해외로 집중되며 AI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 통화경쟁에서 밀리며 국내 결제망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종속될 위험 등을 지적했다.
또한 한류 콘텐츠 결제·로열티 흐름이 해외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처리되며 수익성과 데이터 주권이 약화되는 문제, 관광객의 스테이블코인 결제로 환전 수수료 수익이 사라져 문화 소비 생태계가 위축될 가능성, 글로벌 자본시장 청산·결제 인프라가 외국 스테이블코인에 장악돼 금융허브 전략이 흔들릴 위험, 국내 핀테크 기업이 해외 결제 네트워크의 하청으로 전락해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도 구조적 리스크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위험이 일단 경로가 고착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의 7대 리스크가 미시적·단기 위험을 중심으로 제시된 것과 달리, 진짜 위험은 외환·통화·데이터·산업경쟁력 전반에 걸친 거시적·구조적 문제라는 설명이다.
민 의원은 “정책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이 위험하냐 안전하냐가 아니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가 무엇을 잃게 되느냐다”라며 “외환·통화·데이터·금융·산업 경쟁력 전반의 구조적 손실을 막기 위해 정책 방향을 신속히 검토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지가 아니라 설계가 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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