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국내 생활용품 할인매장을 두고 ‘중국 자본’이라는 소문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판다 캐릭터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중국판 다이소’라는 추측이 확산된 것으로, 사실 확인 없이 소비되는 혐중 루머의 전형이다.
앞서 유튜버 쯔양이 중국인이라는 오해가 돌았던 것처럼 10대 사이에서도 근거 없는 중국인 낙인이 반복되며 국내 기업과 개인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판다 캐릭터를 사용한다'는 이유와 더불어 '중국판 다이소'라는 제목이 달린 게시물들이 다수 게시되면서다. 특히 '최근 점포 수가 75개인데 5년 내 500개 가맹점을 목표로 확장한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며 성장 속도 자체가 중국 자본 유입 증거라는 식의 추론도 퍼졌다.
여기에 지난 9월 판다팜이 중국동포연합회와 MOU를 맺었다는 사실이 결합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중국 기업이 확장 중", "중국 자본 들어온 브랜드 확정"이라는 확신형 주장까지 힘을 얻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로고부터 중국답다", "수익이 결국 중국 교포에게 흘러간다", "겉은 한국 업체처럼 보이지만 까보면 중국 자본", "판다를 쓰는 순간 이미 중국", "중국 것 아니라고 주장하면 조선족", "중국 불매 목록에 넣자"이라는 식의 낙인형 문장까지 확산했다.
일각에서는 "판다라는 캐릭터를 썼다고 중국 기업으로 단정하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며 "중국과 MOU를 맺었다고 중국 기업이라면 국내 대기업 대부분도 중국 기업이냐", "다이소 상품 절반도 중국산인데 알고 있냐", "코스트코가 생기면 미국 자본 환수냐"는 대응 논리를 제시했다.
"삼성이 에버랜드에서 판다를 키웠던 적이 있는데 그럼 삼성도 중국인가"라며 중국과의 연관만으로 기업 정체성을 규정하는 분위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등장했다.

한경닷컴 취재 결과 판다팜은 2014년 국내 생활용품 매장 점주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직을 구성하며 출발한 한국 기업이다.
판다 캐릭터는 단순히 브랜드명 '판다팜'에서 파생된 디자인 요소로, 중국 자본 참여의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동포연합회와의 MOU는 '브랜드 합작'이 아닌 제품 공급·판매 차원의 협력 계약으로 파악됐다.
대표 고을순 씨 또한 중국 동포 출신이 아닌 충남 공주 출생의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판다팜 측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지만 고소 시 오히려 논란이 더 증폭될 수 있다"며 "실제 피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법적 조치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 여론은 이미 '팩트'보다 '확신'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 기업 측 설명만으로 확산을 멈추기 어려운 상태다. 공식 게시판에도 “중국 기업 티내려고 판다 넣었냐, 빼라”, “초기에 법적 조치 권장한다. 혐중 시위 대상 포함시키자”는 게시글이 올라올 정도로 허위 인식이 번진 상태다.

이 같은 여론 구조는 유튜버 쯔양이 겪은 루머 확산 사례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된다. 쯔양은 최근 박나래 유튜브에 출연해 중국인 설 루머에 시달린 경험을 직접 밝혔다. 그는 최근 방송에 1200만명이 넘는 구독자 수에 중국 자본이 개입했다는 가짜뉴스가 꾸준히 돌았다고 말했다.
쯔양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돈을 버는 직업이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허위 사실이 누적으로 덮이고 누명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서 대응하기로 했다"며 자신의 학력, 이름, 국적까지 왜곡된 정보가 퍼져 있는 현실에 대해 "사실과 다른 말이 너무 많아 그냥 안 보기로 했다"고 했다.

이러한 왜곡과 과열은 최근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퍼진 '중국인 '장기매매 괴담'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 허용된 이후 SNS에는 "중국인이 한국 와서 성인·아이 가리지 않고 장기 적출을 한다", "배를 갈라 장기를 꺼내 악어 먹이로 준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공유됐다.
한 이용자는 "중국인들이 학교 앞에서 칼부림을 예고했다"고 주장했고, 서울 은평경찰서는 실제로 해당 게시물 신고를 접수해 작성자 추적에 나섰다. 한 청소년 계정은 "친구들에게 꼭 퍼뜨려야 한다"며 캡처를 돌렸고, 다른 게시물에는 "집에 일찍 들어오고, 이상한 중국인이 말을 걸면 신고하라"는 공포 섞인 문장들이 담겨 있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6년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중 외교 갈등이 심화하면서 반중 정서가 가속화됐다"며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사실 여부가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확증 편향적 정보가 빠르게 퍼지고, 댓글과 공유를 통해 이를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집단 안에서의 소속감과 인정 욕구가 충족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가짜냐 진짜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점"이라며 "인터넷이 집단지성을 활성화하기보다는 오히려 혐오와 증오를 확장하며 관용과 존중의 문화가 약화하는 뉴미디어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관리소장)는 "무비자 정책으로 인해 일부 불법 체류나 범죄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를 두고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도박', '중국인 범죄와 전염병을 경계하라' 같은 과격한 표현이 쏟아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극단적 혐중 정서의 문제는 사실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며 "오늘날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도 완제품과 부품 상당수를 중국에서 가져온다. 그런데도 혐중 감정은 정치적 진영화 속에서 고착돼 가고 있다. 팩트가 아닌 주장으로 혐중을 조장해 이익을 얻는 극우 유튜버 등도 존재한다. 정파적 갈등 속에서 중국 혐오가 소비되는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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