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26일 퇴직연금 수익률 상위 투자자 1500명의 운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38.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가입자의 평균 수익률이 4.2%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9배 가까운 격차가 난 셈이다.
이들은 실적배당형 비중을 80% 가까이 유지하면서도 대기성 자금을 남겨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했고, 조선·방산·원자력 등 국내 테마 ETF를 선제적으로 담는 등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날 은행·증권·보험 3개 권역의 대표 금융회사에서 3년 이상 계좌를 유지하고 적립금 잔고가 1000만원 이상인 DC 가입자를 대상으로 '퇴직연금 고수'들을 선정했다. 30대 미만부터 60대 이상까지 연령대별로 나누고, 각 연령대 안에서 수익률이 높은 순서대로 100명씩 총 1500명을 추려 집계했다.
고수들의 연령대별 1년 수익률을 살펴보면, 40대의 1년 수익률이 50.8%로 가장 높았다. 50대(49.6%), 30대(44.7%)가 뒤를 이었다. 30대 미만은 13.5%로 가장 낮았고, 60대 이상은 24.9%를 기록했다. 3년 평균 수익률 역시 40대(21.3%)가 가장 높았고, 50대(18.7%), 30대(18.2%) 순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의 자산 구성이다. 고수들의 자산 구성은 실적배당형 비중이 평균 79.5%로 높게 나타났다. 원리금보장형은 20.5% 수준이었으며, 이 가운데 대기성 자금이 8.6%를 차지했다. 금융권역별 실적배당형 비중도 은행권 80.2%, 증권권 83.6%, 보험권 73.4%로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기성 자금 비율이 8.6%로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여유 자금을 유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내 펀드는 조선·방산·원자력 등 특정 산업 중심의 테마형 상품 비중이 높았다. 해외 펀드는 미국 빅테크 편중이 확인됐다. 성과가 높았던 상품으로는 K방산 ETF(연 173.1%), 조선TOP3플러스 ETF(연 140.5%), 원자력 iSelect ETF(연 43.6%), 중공업 ETF(연 99.3%), 테슬라 밸류체인 ETF(연 50.9%) 등이었다.

40대가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테마 집중도가 다른 세대보다 확연히 높았던 점이 자리한다. 40대 고수들의 상위 보유 상품은 조선TOP3플러스 ETF, K방산 ETF 등 조선·방산 테마가 최상단을 차지했고, 중공업 ETF와 원자력 iSelect ETF 등 국내 제조·에너지 핵심 산업군이 고르게 포진해 있었다.
여기에 테슬라 밸류체인 ETF와 테슬라채권혼합 ETF 등 미국 전기차 관련 상품까지 편입되며 성장 테마 비중이 한층 강화됐다. 50대 역시 유사한 구성으로 조선·방산·중공업 중심의 테마형 포트폴리오가 두드러졌다.
한편 연령대별로 보면 선호하는 전략은 확실히 달랐지만 시장 흐름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는 점은 같았다. 30대 미만은 나스닥100 ETF, S&P500 ETF, S&P500 인덱스펀드 등 미국 대형지수 중심의 안정적 분산투자를 선호했다.
그러나 30대에 진입하면서 국내 산업형 테마 ETF 비중이 급격히 확대됐다. 실제로 30대 고수들의 상위 보유 상품은 조선TOP3플러스 ETF, K방산 ETF, 원자력 iSelect ETF 등 조선·방산·원자력 테마가 중심을 이뤘다. 60대 이상은 테마 ETF를 유지하되 고배당 펀드와 중국 관련 펀드를 일부 편입하며 안정성과 분산을 함께 추구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수들의 투자 노하우를 참고하여 ‘나의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퇴직연금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보다 윤택하고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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