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이 전달 대비 1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의 영향으로 개인 달러예금 잔액도 올해 들어 최대치로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환차익’을 노린 기업과 개인이 달러를 비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4대 은행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393억9900만달러(지난 20일 기준)로 집계됐다. 전달 대비 11.6% 증가했다. 월별 증가 폭 기준으로는 지난 8월 이후 최대 규모다.4대 은행뿐 아니라 전체 은행권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도 증가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 국책은행, 외국은행 지점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은행권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9월 말 기준 786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계엄 사태 등으로 달러예금이 급증한 1월(768억7000만달러)보다 많은 수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바짝 다가서자 수출 기업들이 달러를 시장에 풀지 않고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수출 기업은 달러 대금을 원화로 바꿔 운전자금 등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환율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기대에 환전 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미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기업 달러예금이 증가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미 관세협상으로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이 확정된 만큼 수출 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즉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은 “정부가 수출 기업에 환율 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등 대금 환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환전 인센티브 등이 추가로 나오지 않는다면 달러를 쟁여놓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과 기업이 달러 환전에 나서지 않으면서 외환 거래량도 급감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평균 원·달러 현물환 거래량은 전달 대비 19.3% 줄어든 95억7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 개인·기업의 달러 자산 보유 현상이 굳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환율 1400원 시대를 경험한 국내 기업들이 원화 약세에 대응해 외화 보유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수출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환전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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