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보릿고개’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또 찾아왔다. 작년에도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부터 은행들이 대출 접수 자체를 중단해 연말까지 난리가 났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비대면 방식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용대출 접수를 모두 중단했다. 주담대는 대면 창구 접수까지 차단했다. 하나은행도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대면 접수를 하지 않는다. 다른 은행들도 형식적으로는 대출 창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대출을 신청하면 거절하기 일쑤다.
이자가 핵심 수익원인 은행이 대출을 내주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은행별로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에 제한을 둔다. 올해는 경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절반인 1~2% 수준이 목표다.
문제는 가계대출 총량 중심의 대출 규제가 연간 단위로 수립된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정부 지침에 맞춰 가계대출을 늘리되, 연말이 다가오기 전에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꽉 채울 유인이 크다. 가능한 한 일찍 대출을 늘려야 연간 이자수익 실적이 크게 집계되기 때문이다.
일부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허용치)를 꽉 채우는 것을 넘어 30%나 초과 달성한 이유다. 정부가 기준으로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량을 당장은 초과해도 연말까지 대출을 접수하지 않으면 기존 대출 상환이 이뤄져 연말 기준의 대출총량 규제를 충족할 수 있다.
결국 피해는 당장 돈이 필요해 은행을 찾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은행권의 일률적인 대출 중단 조치는 형편을 가리지 않는다.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도, 담보가 확실한 사람도, 아무리 사정이 급한 사람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다. 정부가 대출 억제 대상으로 밝힌 부동산 투기 세력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니 이들이 향한 곳은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다. 새마을금고의 지난 1~10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000원으로 금융당국의 증가 목표치를 두 배나 초과했다. 그나마 2금융권은 제도권 내라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엔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금융당국은 올해엔 월별, 분기별로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를 모니터링하겠다고 연초에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번복 등 잇따른 정책 실패로 가계대출의 상반기 쏠림 현상은 올해에도 반복됐다. 금융당국이 올해 말에도 “월별, 분기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습니다”라는 공염불을 또다시 반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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