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CATL이 한국이 잘하는 삼원계 배터리에 뛰어들면서 관련 소재를 국내에서 조달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방한한 쩡위친 CATL 회장이 국내 배터리 공급망을 둘러본 만큼 다른 분야에서도 추가 공급 계약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엔켐은 27일 “글로벌 톱티어 셀 제조사와의 연간 7만t 규모 전해액 공급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엔켐은 계약 조건에 따라 거래 상대방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CATL로 파악하고 있다. 공급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5년간이며, 총물량은 35만t이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 모두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엔켐이 그동안 수주한 단일 계약 중 최대 규모다. 내년부터 CATL에 연간 공급하는 규모는 지난해 엔켐이 수주한 물량(5만t)보다 1.4배 많다. 공급 물량은 CATL이 건설 중인 헝가리·스페인·독일 공장으로 향한다. CATL은 수십조원을 투입해 헝가리에 100GWh, 스페인에 50GWh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독일 공장은 40GWh 규모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 물량 일부는 CATL의 인도네시아·중국 공장 등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엔켐은 내년부터 CATL 공급이 시작되면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켐의 올해 매출 전망치는 3000억원대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는 만큼 올 1~3분기 657억원 적자에서 내년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엔켐이 또 다른 중국 배터리 업체와 공급 논의를 하고 있는 만큼 추가 수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 공장을 둔 배터리 소재 사용을 요구하는 유럽연합(EU)의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EU는 역내 공장을 세운 부품·소재업체 제품을 쓰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는 중국 소재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엔켐은 폴란드(연간 15만t)와 헝가리(연간 7만t)에 대형 공장을 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재업체는 중국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해외 진출을 꺼린다”며 “CATL이 유럽에 대규모 공장이 있는 한국 업체를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CATL이 또 다른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에서도 한국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CATL은 몇몇 한국 기업과 수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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