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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필기·요약 다해줘"…강의실서 앱 켜놓고 딴짓

입력 2025-11-27 17:41   수정 2025-11-28 00:01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학 강의실. 수강생 70명가량 중 상당수가 노트북과 태블릿을 펼쳐둔 채 강의와 무관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강의를 녹음하면서 다른 수업 과제를 하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도구의 확산으로 대학 강의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강의 음성만 녹음하면 AI가 요약본, 정리 노트, 예상 문제까지 만들어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자 학생들은 더 이상 수업을 듣고 필기하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녹음본을 사서 AI를 활용해 학습하는 행태까지 나타나면서 대면 수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필기 앱 사용량 급증
27일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클로바노트의 지난달 20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3만7168명으로 2022년 같은 달(13만4120명) 대비 7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글로의 20대 MAU 역시 7980명에서 8만3561명으로 947% 급증했다.

클로바노트와 다글로는 영상·음성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해주는 AI 기반 앱이다. 대학생들은 강의 내내 앱 녹음 기능을 켜두거나 녹음 파일을 업로드해 AI가 대신 수업을 듣게 한다. 다글로는 강의 자료를 넣으면 예상 문제와 정답까지 자동 생성하는 ‘AI 퀴즈’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 기준 클로바노트와 다글로의 20대 사용자 비중은 각각 35%, 30%였다.

학기 중엔 20대 이용자가 특히 늘어난다. 클로바노트의 20대 MAU는 학기 중(3~6월, 9~10월) 평균 24만2253명으로, 방학 기간(1~2월, 7~8월) 평균 18만6063명보다 많았다. 다글로 역시 학기 중 20대 MAU가 평균 8만6788명으로 방학(4만2090명)의 두 배를 웃돌았다.

AI 의존도는 공학, 자연과학처럼 이해 중심 과목보다 암기 비중이 큰 문과·교양 수업에서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균관대 공대생 안모씨(23)는 “전공은 문제를 푸는 과정이나 개념 간 연결을 이해해야 해서 강의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지만 교양 수업은 그렇지 않다”며 “암기 위주 과목은 녹음했다가 AI에 돌리면 핵심 내용이 한번에 정리돼 굳이 꼼꼼히 들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족보 대신 녹음본 거래 ‘활발’
급기야 일부 학생은 강의실에 가지 않고 녹음 파일만 확보해 학습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OO강의 녹음본 구함” “지난주 녹음본 팔아요” 같은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는 시험 대비를 위해 ‘족보’를 사고팔았다면 이제는 수업 전체를 녹음한 파일이 거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일부 교수는 무단 녹음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기도 한다. 유명 사립대 경제학과에서 게임이론 강의를 맡은 한 교수는 강의계획서에 “강의 녹음본을 타인에게 판매하거나 전송할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명시했다.

교육계에서는 AI가 가져온 변화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대학 수업의 본질적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이 AI를 학습에 접목하는 과도기라고 하더라도 수업 자체가 형해화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 소장(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은 “AI로 인해 학습 방식이 비대면·자율학습 중심으로 굳어지면서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이 단절되는 것은 물론 학생 간 교류도 줄어 사회성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대학 구성원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대학 수업 중 AI 도구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리/김다빈/김유진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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