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화재로 수십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인명 피해가 늘고 있어 60년 만에 홍콩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화재는 전날 오후 2시52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짜리 아파트 ‘왕푹코트’에서 발생했다. 홍콩 소방당국은 2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최소 55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이후 사망자는 65명(한국시간 오후 9시 기준)으로 늘어났다.
해당 아파트는 1983년 입주를 시작한 노후 아파트로 1984가구 규모다. 약 46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8개 동 중 7개 동으로 불이 번졌다. 4개 동은 10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날 오후 6시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왕푹코트 7개 동 건물의 불길이 전부 통제됐다”고 발표했다. 홍콩 당국은 전날 오후 6시께 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격상했다. 1997년 홍콩 주권이 반환된 이후 5등급 경보가 내려진 건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가 유일했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건물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한 ‘대나무 비계’가 화재를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 소방당국은 전날 브리핑에서 “불이 붙은 잡동사니와 대나무 비계가 바람 영향으로 인근 건물로 날아가면서 화염이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계는 건물 외벽에 임시로 설치하는 작업용 구조물로 통상 금속 제품을 쓴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아직 불에 잘 타는 대나무 비계를 사용한다.
이날 오전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건물 보수 공사 책임자 세 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외벽에 설치된 보호망과 방수포, 비닐 등이 안전 기준을 충족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홍콩 경찰은 공사 작업자의 흡연 문제 등 형사 사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희생자와 순직한 소방관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희생자 가족과 피해자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번 화재는 1962년 삼수이포의 한 아파트에서 44명이 숨진 화재 사건 이후 홍콩 최악의 화재 참사가 됐다. 1996년 41명이 숨진 카오룽지구 상업용 건물 화재보다 피해 규모가 크다. 영국으로부터 주권이 반환되기 전 홍콩에서 발생한 가장 큰 화재는 1948년 서구에서 일어난 창고·주거용 건물 화재다. 당시 화재로 176명이 숨졌다.
하지만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어 이번 아파트 사고가 역대 최악의 화재 사건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 등은 이번 사건을 2017년 6월 영국 런던에서 72명의 사망자를 낸 그렌펠타워 화재와 비교했다. 그렌펠타워 화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런던에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화재 참사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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