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네 번째 발사에서 성공하며 국내 우주개발이 본격적으로 상업용 발사체 단계로 들어섰다. 예상된 시간보다 빨리 모든 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히 올려놓으면서 실전형 발사체로서의 역량을 재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오전 1시 31분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주탑재체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포함해 총 13기의 위성을 상공 600km 태양동기궤도에 정상 안착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4차 발사는 누리호가 단순히 시험용 발사체를 벗어나 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실용 발사체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한 기에 500kg에 달하는 중형급 위성을 실어 올리는데 처음 성공했다. 2년 전 진행된 누리호 3차 발사에서는 180kg급 소형 위성만 탑재했었다.
누리호는 당초 발사관리위원회를 거쳐 0시 55분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발사 8분 전 엄빌리칼 회수 압력 센서의 신호 이상이 감지되면서 18분가량 미뤄졌다. 점검 결과 압력은 정상이며 센서만 문제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누리호를 발사대로 이송해 연결하는 과정에서도 강풍주의보가 발효되면서 다소 지연됐다.
반면 누리호 4호기의 발사 후 과정은 순조로웠다. 1단 엔진과 페어링, 2단 엔진이 정상적으로 분리됐고 600km 고도에 정상 도달했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사출한 뒤 큐브위성 12기를 순차적으로 2기씩 분리하는 작업도 예정대로 이뤄졌다.
전체 비행 시간은 18분 25초로 당초 예상된 시간보다 더 빨리 목표 고도에 근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이륙 후 3단 엔진이 실제 비행 과정에서 예측보다 빠르게 추진력을 확보해 목표 궤도에 예상보다 일찍 도달했다”고 말했다.
분리된 1단 엔진, 페어링, 2단 엔진은 발사장에서 각각 430km, 1585km, 2804km 떨어진 공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누리호를 추적하기 위해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에 추적 레이더 및 텔레메트리 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비행 후반부 추적은 팔라우 추적소에 있는 텔레메트리 안테나를 통해 이뤄진다.
1시 55분에는 남극세종기지 지상국에서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의 초기 교신을 통해 태양전지판 전개 등 위성 상태도 확인됐다. 항우연은 오전 2시39분경과 오전 11시57분경 지상국과의 교신도 진행할 예정이다.
궤도에 안착한 위성들은 오로라 등 우주기후 환경을 관측하고 신약개발을 위한 미세중력 실험을 수행하는 등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했으며 함께 실린 12기의 큐브위성 개발에는 서울대와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우주로테크 등이 참여했다.
누리호 4호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이전 이후 처음으로 민간 주도로 제작됐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 체계가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 체제로 본격 전환되는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항우연은 내년 중반으로 예정된 5차, 이후 6차 발사를 진행하면서 민간 참여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 청장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2차례 더 발사하고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우주 개발 역량을 더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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