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해외 투자자의 투기적 거래가 집값 급등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심 핵심 지역에서 해외 거주자 비중이 7.5%까지 올라갔다는 통계가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외국인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국토교통성이 처음으로 실시한 전국 규모의 부동산 등기 데이터 분석은 이러한 통념이 상당 부분 과장됐음을 보여줍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도쿄 23개구 신축 콘도미니엄 구매자 중 해외 거주자 비율은 3.5%였습니다. 전년도 1.6%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입니다. 치요다구, 추오구, 미나토구, 신주쿠구, 분쿄구, 시부야구 등 도심 6개구에서는 7.5%까지 상승했지만, 이는 초고가 프로젝트가 특정 시기에 집중 공급될 때 흔히 나타나는 지역적 편차로 볼 수 있습니다.
국가별로는 대만 192채, 중국 30채, 싱가포르 21채 순이었으며, 이는 도쿄 전체 분양 물량과 비교할 때 시장을 좌우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규모입니다. 오사카 4.3%, 교토 2.5%, 아이치현 0.4% 등 주요 대도시의 수치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국토교통성이 "해외 구매가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배경입니다. 한편 삿포로가 0.7%에서 2.0%로, 가나가와현이 0.3%에서 1.0%로 상승한 점은 해외 자본의 관심이 도쿄를 넘어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을 흔들 정도의 규모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요?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에 등기된 도쿄 신축 콘도미니엄 중 8.5%가 1년 내에 다시 팔렸습니다. 10채 중 1채 이상이 단기간에 되팔리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입니다. 도쿄 23개구로 범위를 좁히면 9.3%로 1290채에 달하며, 도심 6개구에서는 12.2%까지 상승합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100채 이상 대규모 단지에서 단기 매매 비율이 소규모 단지보다 현저히 높았다는 사실입니다. 도쿄 23개구 전체 단기 매매의 80% 이상이 이런 대형 단지에서 나왔습니다. 단지 규모가 클수록 실제 거주보다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가격 등락도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단기 매매의 구성을 보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2024년 상반기 판매 후 1년 내에 되판 물건 중 해외 구매자가 원래 취득한 것은 단 17채, 전체의 1.3%에 불과했습니다. 단기 매매의 98%는 일본 국내 주소를 가진 구매자의 거래였습니다. 시장 과열을 주도한 것은 해외 투자자가 아니라 국내 단기 투자자였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해외 자본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통념과는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가네코 야스히 국토교통장관은 "실수요에 기반하지 않은 투기적 거래는 일본인이든 외국인이든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부동산업계와 협력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등기 신청 시 국적 공개 의무화까지 검토 중입니다. 일본부동산협회도 단일 구매자의 물량 제한, 인도 전 재판매 금지, 위반 시 계약 취소 및 계약금 몰수 등의 자율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되돌리려는 업계의 자구책입니다.
이번 조사는 도쿄 부동산 시장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해외 투자자는 눈에 잘 띄어 주목받기 쉬울 뿐, 실제로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국내 투자자의 단기 차익 거래와 대규모 단지 중심의 공급 구조, 그리고 지속되는 공급 부족입니다. 도심 일부 지역에서 해외 구매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가격 급등을 설명하려는 순간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도쿄 부동산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일본 정부의 규제 강화와 단기 거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 시세 차익보다는 실거주나 장기 임대 같은 실수요 기반 투자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정치적 소음 속에서 데이터가 보여주는 시장의 본질을 읽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투자 경쟁력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