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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인피니트가 돌연 상폐 위기에 몰린 사연 [솔본그룹의 민낯②]

입력 2025-12-04 10:54   수정 2025-12-19 10:34

이 기사는 12월 04일 10: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솔본그룹의 알짜회사다. 의료영상을 간편하게 전송할 수 있게 하는 PACS 시스템으로 한국 의료시장을 장악했다. 실적도 양호하다. 작년에는 매출 1016억원, 영업이익 139억원을 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돌연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8일 이 회사를 상폐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회사 지배구조를 둘러싼 온갖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거래 정지에 자금이 묶인 주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홍기태 솔본 회장의 '자작극'이라는 게 주주들 얘기다.
전자위임장 효력 논란
인피니트헬스케어 소액주주들은 올해부터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직원 4명, 금융업 라이선스도 없는 최대주주 솔본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해온 게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다. 소액주주들은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에 동원되고 있다며 감사 교체를 추진했다.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은 약 26%의 지분을 모아 감사 교체 안건을 상정했다. 최대주주 솔본과 '표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수준까지 세를 키운 것이다.

회사의 대응은 '전자위임장 무력화'였다. 그동안 다른 회사의 주총에서 인정돼온 전자위임장에 대해 정관에 규정이 없고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며 돌연 효력을 부정했다. 소액주주들이 모은 의결권 상단 부분이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감사 교체 안건은 무산됐다. 주주들은 “다른 주총에서 줄곧 인정된 효력을 느닷없이 부인한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액주주들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전자위임장의 효력을 부정한 주총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회사가 직접 주총을 주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회사 경영진이 주총 의장을 맡아 전자위임을 부정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홍기태 회장의 방어 전략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회사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동욱 전 인피니트헬스케어 대표가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김 전 대표는 홍기태 회장과 회사 구조조정과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확대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인물이다. 배임 혐의가 제기되면서 인피니트헬스케어의 거래는 지난 10월 17일부터 정지됐다.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소액주주 운동을 견제하기 위해 거래정지를 유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인피니트헬스케어 소액주주 운동은 허권 헤이홀더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허 대표는 주식(17만6930주) 확보를 위해 차입을 활용했다. 이 경우 거래정지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담보로 잡힌 주식이 거래정지되면 증권사는 해당 주식 가치를 0원으로 산정하고, 담보 부족분을 현금 등으로 보충할 것을 요구한다. 현금으로 부족분이 보충되지 않으면 증권사는 해당 계좌에 있는 주식을 반대매매로 정리한다.

인피니트헬스케어가 김동욱 전 대표가 배임을 저질렀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김 전 대표가 중국법인 거래처에게 제대로 된 주문서를 받지 않고 라이선스 키를 발급했다는 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회사 측 주장이다. 김 전 대표가 5년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키 217개를 무단 발급해 38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대표 측 얘기는 다르다. 홍 회장 측이 작년 중순 중국 사업 정리를 갑자기 지시한 뒤, 고객 서비스 유지를 위한 궁여지책으로 라이선스 키를 발급했다고 주장한다. 소프트웨어가 갑자기 중단되면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라이선스 키 발급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라이선스 키를 발급했더라도 상대방이 돈을 내지 않을 경우 접속 제한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는 게 김 전 대표의 설명이다. 형사 고소에 먼저 나서는 대신 민사소송을 제기한 점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거래정지에 주주 피해만 가중"
거래소는 한 달이 넘는 조사를 거쳐 인피니트헬스케어를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김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이 계기가 됐지만 수수료 논란, 전자위임장 효력 부정 등 인피니트헬스케어를 둘러싼 온갖 논란이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뒤 영업의 지속성,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상장폐지 심사를 진행하는 거래소의 결정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는 대신 경영 투명성 개선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거래소가 지배구조·내부통제에 중대한 하자가 있지만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6개월 안팎의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는 이사회와 감사 체계 개편, 공시 시스템 보완, 주주환원 정책 마련 등을 담은 개선계획 이행 여부로 다시 평가를 받게 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일련의 조치를 보면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상장사로서 기본적인 것들을 준수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인피니트헬스케어를 현 상태로 내버려둔다면 피해는 회사의 사업성과를 믿고 투자한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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