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통합계좌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개했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해외 금융사가 자기 명의로 통합계좌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그 계좌를 통해 여러 해외 투자자의 주문을 묶어서 한국 주식을 일괄 매매·결제할 수 있는 구조다. 한국 개인투자자가 한국 증권사 계좌 하나로 미국·중국·일본 주식을 모두 거래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2017년 처음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해외 금융기관의 범위가 좁고, 절차 기준이 충분하지 않아 제도 자체가 거의 활성화되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모호했던 절차를 모두 구체화했다. 해외 금융사는 통합계좌를 개설하기 전에 국내 증권사와 계약을 맺어야 하고, 감독당국 요청 시 최종투자자별 거래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또 해외 금융사의 실소유자를 확인해야 하고,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계약 이후에는 국내 상임대리인에게 보관계좌를 열고 이를 기반으로 통합계좌를 개설해 거래가 시작된다.
권리 배정 방식도 정리됐다. 예탁결제원이 배당금을 통합계좌 명의자인 해외 금융회사에 일괄 지급하면, 해당 금융회사가 최종투자자의 실제 보유 수량에 맞춰 배당을 나눠 지급한다. 의결권 행사도 기존 계좌 방식과 동일하게 처리되며 투자자마다 의사가 다를 경우에는 상법상 허용되는 불통일 의결권 행사 방식으로 각자의 선택을 반영할 수 있다.
보고 의무는 과거보다 체계적으로 정비됐다. 해외 금융사는 최종투자자의 거래내역을 10년간 기록·유지해야 하고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서식에 맞춰 매월 말 기준 다음달 10일까지 국내 증권사에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국내 증권사는 계좌 명의자의 감독당국 인가 여부, 제재 이력, 자금세탁방지 체계 등 내부통제 요소를 사전에 점검할 의무가 생겼다. 이후에도 고객확인의무 이행 여부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당국은 해외 금융사가 제도적 불확실성을 느끼지 않도록 이번 가이드라인을 영문으로도 제공할 계획이다.
외국인 통합계좌 개설 주체 제한을 없애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은 다음 달 중 마무리된다. 개정 규정은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된다. 규정이 바뀌면 그동안 제도 이용 수요는 있었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계좌를 개설할 수 없었던 해외 중소형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도 규제특례 없이 통합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외국인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는 핵심 개선 사항"이라며 "통합계좌가 활성화되면 해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진입이 훨씬 쉬워지고, 이에 따라 신규 자금 유입과 시장 유동성 확대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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