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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안" vs "인생 최대 고민"…이해진·송치형이 밝힌 '빅딜' 비하인드

입력 2025-11-27 15:50   수정 2025-11-27 16:04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리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공개석상에 나란히 섰다. 네이버의 두나무 계열사 편입을 공식화하면서다. 침묵을 깨고 등판한 이 의장과 송 회장 모두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임을 강조했다. 두 창업자가 의기투합한 '세기의 빅딜'의 성사 과정을 재구성했다.
○먼저 움직인 건 이해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동문인 두 사람의 인연은 세간의 예상과 달리 깊지 않았다. 이 의장은 "제대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친분이 아닌 사업적 측면에서 시너지가 크다고 느꼈다"는 게 이 의장의 설명이다.

송 회장의 첫인상에 대해서는 "개발자 출신으로서 기술적인 깊이가 굉장히 깊고, 연구와 기술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가진 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이번 거래를 제안한 건 이 의장이었다.

<i>"같이 일하게 된다면 네이버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제가 먼저 제안했습니다."</i>

지분이 줄어드는 건 이 의장에게는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이 의장은 네이버를 창업하고 지금까지 네이버를 키우기 위해 투자받았고, 여러 번의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그럴 때마다 창업자인 그의 지분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했기에 지금의 네이버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의장은 "회사를 지분으로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회사에 기여할 수 있다면 계속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더 능력 있는 사람들이 회사를 이끄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분이 줄어드는 것보다는 이 회사가 더 잘될 수 있느냐, 우리 직원들이 더 재밌는 서비스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느냐, 그게 훨씬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의장은 "외부에서는 네이버를 크다고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에 비하면 시가총액도 투자 규모도 100분의 1 수준인 작은 회사"라며 "매년 생존을 고민해왔다"고 토로했다. 인공지능(AI)과 웹 3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네이버 홀로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의장은 파트너를 물색했고, 송 회장을 낙점한 것이다.
○장고에 들어간 송치형
이 의장의 파격적인 제안을 받은 송 회장은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송 회장은 "제 인생에서 가장 고민이 깊었던 결정 중 하나였다"고 털어놨다. 사실 송 회장 입장에서는 아쉬운 게 크지는 않았다. 이미 업비트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로 성장시키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 장벽이 높긴 하지만 충분히 해외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초 체력은 가지고 있기도 했다. 독자 생존과 연합 구축 사이에서 치열한 장고(長考)가 이어졌다.

송 회장의 망설임을 끝낸 결정타는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다. 해외 송금 시장에서는 이미 디지털 자산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멕시코로 향하는 비 상업적 송금의 약 10%는 가상자산 기반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은 물론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도 성장 중이다. 블랙록의 경우 미 국채에 투자하는 토큰화 펀드를 발행했다. 운용 자산 규모만 3조원에 달한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는 금융 혁신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는 코인베이스와 함께 블록체인 결제를 도입했다. 송 회장은 "코인베이스는 신용카드를 내놨고, 최근에는 크라켄도 신용카드를 내놨다"며 "크립토(가상자산) 결제가 20%를 차지하는 쇼핑몰이 나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크립토 결제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했다.

송 회장은 현재 블록체인 시장을 '초기 유튜브 시대'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아니면 글로벌 주도권을 영영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AI의 발전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거래소들이 발 빠르게 AI 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데 착수하면서 이 흐름에서 더 이상 뒤처지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송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코인베이스(시가총액 100조 원), 서클(25조 원) 등 거대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격차가 결정적으로 벌어지기 전인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결국 송 회장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합쳤을 때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의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네이버의 플랫폼 파워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단순 송금을 넘어선 '차세대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글로벌 시장을 향해
두 창업자가 힘을 합친 건 결국 글로벌 시장을 향한 집념 때문이다. 이 의장은 이번 결합을 25년간 매년 생존을 고민하며 버텨온 네이버의 새로운 승부수라는 취지로 정의했다. 구글 등 글로벌 공룡들의 공세 속에서 한국의 검색 시장을 지켜냈고 웹툰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 모델을 개척해왔지만, 지금 몰려오는 AI와 웹 3이라는 파도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이 의장의 진단했다.

이 의장은 "PC 시대에는 다른 기술 기업과, 모바일 시대에는 라인을 통해 협력하며 생존해왔다"며 "하지만 지금 도래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는 네이버 혼자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웹 3 분야에서 가장 깊은 기술력을 가진 두나무와 손을 잡은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는 설명이다.

거대한 두 조직의 물리적 결합이 가져올 진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의장은 "회사 간 결합은 겉보기에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고통과 희생이 따르는 일"이라며 조직 통합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럼에도 이 험난한 길을 택한 이유는 단 하나 '글로벌로의 확장'이었다. 이 의장은 "AI와 웹 3를 결합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싶다"며 "가장 큰 그림은 글로벌 확장과 사명감"이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도 마찬가지다. 송 회장은 "두나무,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가 힘을 합치면 기술력, 신뢰, 고객 기반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세 회사가 함께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고 지급결제를 넘어 금융 전반,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금융 질서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후계자로 낙점?
일각에서는 이 의장이 송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 의장은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송 회장이) 훌륭한 후배인 건 맞지만, 아직 차기 리더십 영입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의장은 송 회장을 두고 "사업적 성과뿐 아니라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갖춘 사람"이라며 "네이버의 기술 발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그는 "회사의 리더십은 지분 변화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잘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맡는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번 '빅딜'이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이 의장은 언론과 사회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런 도전을 위해 언론과 사회가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바란다"며 "대한민국이 AI 시대에 강국이 되려면 한 회사만이 아니라 여러 회사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도가 그런 협력의 첫 출발이 되길 바란다"며 "젊은 경영진들이 잘 해낼 것이라고 믿고, 저는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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