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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글로벌 금융허브라 불렸던 영국 런던 주식시장이 신규 상장 부재와 기존 대형주 이탈 속에 부진하고 있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들어 런던증권거래소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12개로 집계됐다. 공모한 금액은 14억5000만달러(약 2조1238억원)다. 이는 약 20년전인 2006년 300개 기업이 모집한 512억2000만달러의 2.8%에 불과하다. 올해 런던 증시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전세계 거래소 중 23위로, 한국은 물론 멕시코나 오만보다도 낮다.
기존 기업의 이탈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런던 증시 대장주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9월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예탁증서(ADR)를 내년 2월부터 직접 상장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시총 2위인 정유사 쉘은 아예 런던 증시 상장폐지 후 뉴욕 이전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반도체 산업의 자부심인 ARM은 2016년 소프트뱅크 인수 후 런던을 떠나 2023년 나스닥에 입성했다.
증권가에선 런던 증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낮은 유동성과 주목도로 인해 과거의 매력을 대부분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런던 증시 대표지수인 FTSE100지수는 2020년 이후 0.91%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는 107.54%, 유럽 유로스톡스50은 47.62% 올랐다. 지수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배율(PER)은 FTSE100이 13배, S&P500은 22배로 집계됐다.
급기야 사모펀드(PE) 업계에선 런던 상장사를 인수해 뉴욕으로 이전하는 투자전략까지 등장했다. 올들어 총 48개 상장사가 PE에 의해 인수됐거나 인수를 앞두고 있다. 레너드 켈러 베렌버그운용 매니저는 “낮은 밸류에이션이 신규 기업의 입성 매력을 낮추고, 기존 상장사들은 염가 인수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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