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가파른 조정을 거친 뒤 회복세다. 조정의 계기가 된 미국의 유동성 부족과 인공지능(AI) 버블 우려가 완화된 영향이다.28일 증권가에선 전고점을 넘어서는 추세적 상승세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4분기 실적 모멘텀이 더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정 전 증시를 끌어 올린 요인들만으론 온기가 확산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3분기 실적시즌을 거치며 국내 상장사들의 4분기 실적 추정치는 상향되는 분위기다. 과거 4분기에 실적이 예상을 밑도는 계절성이 빈번하게 나타났다는 점이 문제 요인으로 꼽히지만 증권가에선 올해는 계절성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코스피는 이달 3일 4221.87로 마감되며 사상 최고치를 썼지만, 지난 24일엔 3846.06까지 빠졌다. 3주 만에 주가지수가 8.9%나 급락했다. 미국 의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은 데 따른 연방정부의 임시 폐쇄(셧다운)와 AI 버블 우려가 겹친 결과다.
우선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재무부의 단기 유동성 창구가 운영되지 않아 시중에 돈이 부족해졌다. 경제지표 발표도 지연되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여기에 Fed 위원들이 잇따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이어가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장중 4.168%까지 올랐다.
간밤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999%를 기록했다. 다시 4%선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물가 상승보다는 고용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차기 Fed 의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모인 캐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분위원회(NEC) 의장이 떠오르면서다.
AI 버블 우려는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의 하락에 큰돈을 베팅하며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기업)들의 회계 처리 문제를 지적하면서 부상했다. 이에 더해 손정희 소프트뱅크 회장과 페이팔의 창업자로 유명한 벤처 투자자 피터 틸이 엔비디아 주식을 매도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큰손 투자자들의 엔비디아에 대한 ‘숏(하락) 베팅’에서 촉발된 AI 버블 우려는 구글이 가라앉혔다. 자체 개발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를 활용하 구현한 제미나이3의 성능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다.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는 추세다. 3분기 실적시즌이 진행된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2% 상향됐다. 특히 한국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 테마가 포함된 전기·전자 섹터의 영업이익 기대치가 9.52%나 커졌다.
문제는 4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도는 계절성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노 연구원은 “연말 성과급 및 퇴직급여 등 비용 집중 구조, 보수적 회계처리, 빅배스(big bath·일시적 대규모 손실처리) 관행, 환율 및 원자재 비용의 지연 반영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이후 4분기 실적은 평균적으로 컨센서스를 22.3% 밑돈 것으로 신한투자증권은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나타난 계절성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과거에도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돈 폭이 평균보다 적으면 주가 측면에서 변곡점으로 작용한 바가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계절성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반도체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우선 반도체업체들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평균판매가격(ASP)은 현물 가격 상승이 나타난 뒤 1~2개 분기의 사차를 두고 오른다고 노 연구원은 설명했다.
환율 상승이 실적을 끌어 올리는 효과를 애널리스트들이 과소하게 계상했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노 연구원은 “수출기업의 매출은 달러 기준인 반면, 비용 구조는 원화 기반”이라며 “현재 국면은 J-커브 효과(처음엔 손실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한 개선이 나타나는 현상)가 본격화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에 따르면 10월 들어선 이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20% 이상 상향된 종목은 모두 29개다.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종목은 제외했다.

상향 금액이 가장 큰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는 기존 9조8370억원에서 14조8045억원으로 4조9674억원이, SK하이닉스는 11조4684억원에서 14조2785억원으로 2조8101억원이 각각 상향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TPU를 통한 구글의 AI 생태계 확장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공급 확대 △선단 공정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 △제미나이 AI를 탑재한 갤럭시 브랜드 스마트폰 판매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덕전자, 해성디에스, 하나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의 4분기 실적 눈높이도 높아졌다.
상향 비율로 보면 SK이노베이션와 에코프로비엠 등 에너지 관련 종목들이 눈길을 끈다.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221억원으로, 9월 말(1702억원) 대비 89.27% 상향됐다. 미래에셋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로 6311억원을 제시했다. 이 증권사의 이진호 연구원은 “시장 예상치와 달리 정제설비 부족, 난방수요 증가로 인해 유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코프로비엠은 감가상각 내용연수 변경 등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추정치에 반영되며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기존 112억원에서 208억원으로 86.03% 상향됐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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