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스타트업 레이븐머티리얼즈(대표 김태준)가 세계 최초로 흑색산화티타늄(black TiO2)의 상용화에 성공하며 글로벌 화학·소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레이븐머티리얼즈는 오는 12월 1일부터 5일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이노베이션 리더스 서밋 2025(Innovation Leaders Summit 2025, ILS2025)’에서 참가 기업 757개 중 글로벌 톱(Global Top) 100에 선정됐으며, 일본 주요 대기업 7곳을 포함한 10여 곳의 기업과 미팅을 진행한다.
흑색산화티타늄은 1980년대부터 연구되어 온 이래 45년간 상용화의 벽을 넘지 못했던 신소재다. 2011년 미주리대학교 캔자스시티 샤보 첸(Xiaobo Chen) 교수 연구진이 가시광촉매로서의 잠재력을 규명하며 재조명됐지만, 경제성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는 양산 기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었다.
일반적인 이산화티타늄이 자외선 영역에만 반응하는 것과 달리 흑색산화티타늄은 가시광 전 영역(380~826nm)을 흡수해 태양광의 49%를 활용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이었지만 상용화 수준의 품질과 가격을 달성한 사례는 없었다.
2020년 팬데믹 속에서 공기정화 기술로 출발한 한국 스타트업 레이븐머티리얼즈는 약 3년의 연구 끝에 독자적인 양산공정을 개발하며 이 과제를 해결했다. 산소결함(oxygen vacancy)을 통해 밴드갭을 3.6eV에서 1.5eV로 낮추는 기술로 15~50nm 크기의 검정 나노파티클 대량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회사가 자체 명명한 ‘레이븐(Raven)’은 현재 미국 기업 독점 중인 시장에서 8배 이상 경제적인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연구용이 아닌 상용화 기준으로는 경쟁사 대비 최대 1300배 이상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레이븐의 특징은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이다. 가시광 전영역을 흡수하는 특성은 광촉매로서의 역할은 물론 차세대 흑색 안료로서의 기능까지 겸비한다. 현재 레이븐은 환경정화(공기·수질정화),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생산, 태양전지), 배터리, 디스플레이(블랙매트릭스), 자가정화 코팅, 방산(스텔스 소재) 등 최소 20개 이상의 산업군에서 적용 가능성을 검증받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모나코에서 열린 ‘케이투매치 모나코(K2Match Monaco) 투자 서밋’에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공식 초청을 받아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선보인 ‘자가정화 요트’ 솔루션은 햇빛만으로 해수 오염물과 유기물을 분해하는 기술로 모나코의 요트 산업과 연계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에 앞서 9월 오사카에서 열린 ‘제17회 간사이한일경제포럼’에서도 8개 혁신 스타트업 피칭 세션에 선정되며 일본 도쿄·요코하마 주요 화학·소재 대기업과의 기술 검증(개념실증, PoC)을 본격화했다.
현재 레이븐머티리얼즈는 조 단위 매출 규모 대기업의 구매의향서(LOI)를 기반으로 핀란드, 룩셈부르크,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24개 대기업과 동시에 PoC를 진행 중이다. 기존 C3N4, MOFs, 각종 doped-TiO2의 광 흡수 파장 한계를 초월한 레이븐의 활용 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레이븐머티리얼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선정돼 친환경·에너지 분야 대표 기업으로 집중 육성되고 있다. 초격차 프로젝트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0대 신산업 분야의 딥테크(Deep-Tech) 스타트업 1000개 이상을 글로벌 유니콘으로 육성하는 정부의 핵심 지원 사업이다.
김태준 대표는 “티알엘(기술성숙도, TRL) 7단계인 레이븐은 전자적 분석, 엑스선(X선) 분석, 가시광원 흡수율, 전자현미경 분석 등 신소재 탄생의 객관적 검증을 모두 완료했다”며 “글로벌 기업의 연구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장에서 성능을 검증받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향후 5년 내 최소 20가지 산업에서 적용 가능성을 입증하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태양광 패널의 효율 개선부터 24시간 무균 공간을 선사하는 에어컨 코팅, 브이오씨(VOC)와 병원균을 제거하는 실내 환경, 배터리와 수소 생산 효율 향상, 그리고 우주산업까지 빛이 있는 모든 공간에 적용 가능한 소재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12월 도쿄 서밋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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