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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2억 회사 '월 1000만원' 꼬박꼬박 챙겨간 직원 결국… [김대영의 노무스쿨]

입력 2025-12-01 06:30   수정 2025-12-01 06:36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A사는 투자 유치 목표를 최소 160억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 기준 실제 유치금액은 약 30억원에 그쳤다. A사는 최소한도 규모의 매출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경영난에 처했다. 회사는 결국 지난해 2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당시 해고 통지서를 받은 인프라팀 소속 직원 B씨는 반발했다.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도 제기했다. 정리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업에 필수적이지 않은 개발총괄, 법무, 사업 부서 인력을 먼저 해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직원을 대신 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유치 실패한 스타트업…해고 단행에 소송 '역풍'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재판장 김도균)는 B씨가 A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B씨를 해고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법원은 A사가 정리해고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봤다.

정리해고가 적법하려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 또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회사가 노력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A사는 이미 2023년 6월 투자 유치에 차질을 빚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당시 회사는 위기 사실을 근로자들에게 공유한 뒤 자구책의 일환으로 희망하는 직원들에 한해 일정 비율 임금을 삭감했다.

이후 같은 해 4분기 약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했던 직원들 급여를 모두 복구했다. 삭감됐던 미지급 임금도 모두 지급해 근로자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신규 근로자 채용도 전면 중단했다.

다만, 전체 근로자 수가 21명에 불과해 부서별 전근이나 일시 휴직 등을 고려할 상황은 아니었다. 업무별 담당자가 적었어서다. 법원은 이 같은 상황을 토대로 A사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봤다.

또 해고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정리해고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A사는 '부서별 최소 인력(1인) 유지'란 대원칙을 설정했다. 이어 업무의 대체 가능성, 임금 수준, 직무의 핵심성·조직 기여도 등 세 가지 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했다. 근로자의 근속연수나 연령, 보유재산·기술 등 생계유지 능력, 부양가족 상황 등 직원 개인의 주관적 사정은 고려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사용자 측 사정만을 고려한 측면이 있지만 A사의 근로자가 21명 남짓한 상황에서 근로자 개인의 주관적 사정을 반영한 선정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오히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정리해고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A사가 설정한 기준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들 임금에 '휘청'…"고임금 직원 해고 합리적"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선정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사 사업에 필수적이지 않은 개발총괄, 법무, 사업 부서 인력을 먼저 해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는 B씨를 대신해 A사의 다른 부서에 속한 근로자를 해고하라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A사는 부서별 1인만 남겨두기로 한 상황에서 업무의 대체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B씨가 속한 인프라팀은 그와 팀장 등 총 2명. 재판부는 "팀장은 인프라 업무 외에도 개발, 기획 등 여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로자로 A사가 부서별로 1인의 근로자만 남겨두는 상황에서 다른 부서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자였다"면서 해고대상자 선정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B씨가 월 1000만원이 넘는 임금을 받던 사정도 A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스타트업인 A사는 투자 유치를 위해 고임금의 개발자들을 근로자로 채용했었는데 B씨는 회사에서 두 번째로 임금이 높았다. A사 입장에선 고임금을 받는 개발자들을 내보내 인건비 부담을 줄여야 했다. 2023년 A사 재무제표를 보면 지출 비용 58억원 중 29억원이 인건비였다. 이 기간 매출은 2억1000만원. 인건비가 매출보다 10배 이상 많았던 셈이다.

재판부는 "A사는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해고인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고 이러한 기준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에 따라 추려진 권고사직 대상자 11명 중 B씨를 제외한 10명이 이를 수용했다는 점도 A사에 유리한 근거로 제시됐다. "A사의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점에 관해 A사의 근로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다.

이 판결은 2014년과 2021년에 대법원이 내놓은 판례를 토대로 이뤄졌다. 대법원은 2014년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이 해고 당시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갖춘 구체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해고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21년엔 "(정리해고는)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해고임을 감안해 사회적·경제적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근로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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