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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1000원 비싸다고? 남는 게 없어요"…붕어빵 상인 '눈물' [이슈+]

입력 2025-11-30 06:50   수정 2025-11-30 07:21


"붕어빵 1개 1000원이라고 하면 다들 비싸다고 하시죠. 근데 정말 남는 게 없습니다."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골목. 붕어빵 가게 앞에서 엄마는 아이에게만 붕어빵 하나를 쥐어주고 돌아섰다. 가격표에는 팥붕어빵 1000원, 크림붕어빵 1000원이 선명하게 적혀 있다.

이곳에서 3년째 붕어빵을 굽는 40대 박모 씨는 "원래 붕어빵이 컸는데 수지가 맞지 않아 크키를 줄였다"며 "그래도 이 정도 크기 빵을 빵집에서 사면 2000~3000원은 내야하지 않냐. 붕어빵만 유독 싸야 한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1000원에 3~4개 주는 장사는 이제 사실상 불가능하다. 온종일 서서 구워도 최저임금 정도 벌면 '오늘은 좀 벌었다'는 정도"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한때 천 원으로 몇 마리를 샀던 붕어빵은 이제 '1개 1000원'의 金붕어빵 시대에 들어섰다. 붕어빵 위치 공유 앱 '붕세권', '가슴속 3천원' 지도를 열어봐도 상당수 노점이 개당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비등록 노점까지 포함한 시세는 개당 약 733원, 3개 2000원 안팎이 평균선으로 형성돼 있다.

주부 이민희(55) 씨는 "날씨가 쌀쌀해져 붕어빵이 생각나서 사 먹으러 왔는데 3개 2000원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1개 1000원이라니 진짜 물가가 말이 안 된다"며 "냄새가 너무 좋아 일단 몇 마리 포장하긴 하지만, 예전에는 전혀 고민도 안 하고 사 먹던 붕어빵인데 이제는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예전엔 1000원에 3개였는데 지금은 3개면 3000원이다, 물가 상승이 체감된다", "붕어빵 사러 갔다가 가격 보고 그냥 돌아섰다", "붕어빵 하나 1000원 시대가 도래하는 것 같다", "어릴 땐 만 원이면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 1개 1000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2년 새 두 배 뛴 팥값…붕어빵 원가 부담 직격

28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국산 붉은 팥 40㎏ 도매가는 72만6600원으로, 지난해 61만6810원 대비 20% 넘게 올랐다. 2년 전 36만4873원이던 가격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소매가 역시 500g당 1만590원에서 1만3703원으로 30% 이상 상승했다.

동대문구에서 1개 1000원 붕어빵을 파는 60대 이모 씨도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팥 가격도 올랐고 작년보다 장사가 훨씬 안된다. 요즘 누가 붕어빵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은 정도"라며 "붕어빵만으로는 돈이 안 되니 도넛, 핫도그, 군고구마까지 함께 판다. 요즘 먹을 게 워낙 많고, 예전처럼 붕어빵을 찾지 않는다. 겨울 간식 붕어빵 시대는 졌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씨의 붕어빵을 3개 사 먹던 60대 남성들은 "와, 1000원이래. 진짜 비싸다"면서도 결국 "추억 때문에 한 번 사봤다"고 웃었다. 그러나 곧바로 "옛날 생각 하면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혀를 찼다.

원재료 값이 뛰고, 가스비와 봉지값·자리세·세금까지 겹겹이 오르면서 개당 1000원 이하에 팔던 붕어빵 트럭들도 가격 인상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시청역 근처에서 20년 넘게 붕어빵을 구워온 80대 상인은 "팥이 작년보다 또 올랐다. 한 팩당 3000~4000원은 더 줘야 한다"며 "원래는 2개 1000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2000원에 3개로 바꿨다. 그런데 더 올리면 손님이 끊길까 봐 못 올린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비싸다 소리 들으며 장사하고 있다. 어디는 붕어빵을 1개 1000원, 1500원 받는 곳도 있다더라. 3개 2000원도 잘 팔려야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붕어빵 지도엔 '영업 중' 막상 가보니 '텅'

팥값·가스비·봉지값·자리세·세금까지 모든 원가가 뛰자 노점은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수요는 줄고, 이윤은 더 얇아졌다. 결국 '영업 중'이던 지점은 하나둘 '폐업'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붕어빵 위치를 공유하는 앱을 열어보면, 지도 위 빨간 점 대신 회색 글씨로 '폐업' 또는 '사라짐' 표시가 덧칠된 곳이 부쩍 많아졌다.

이날 기자가 지도로 표시된 노점 몇 곳을 직접 찾아가 확인해본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지도상에는 여전히 '영업 중'으로 떠 있지만, 현장에는 이미 불판이 걷힌 흔적만 남았거나, 평소라면 저녁마다 리어카가 출몰하던 장소가 텅 빈 채 방치돼 있었다.

서대문구에서 8년째 붕어빵을 굽는 최모 씨(61)는 "주변에서도 계산 안 맞아 접는 사람이 많다. 작년엔 점심도 못 먹고 구울 정도였는데 요즘은 다들 붕어빵을 안 먹는다. 경기가 안 좋은 게 너무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 씨는 "팥 가격이 10% 정도 올랐다"며 "이 가격으론 안 남아서 내년에는 올릴 생각이다. 가스도, 팥도, 봉지도, 자리세도 다 뛰었다. 지금은 밥만 먹고 버티는 수준"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이미 "작년까지 있던 노점, 올해 없다더라. 돈이 안 되나 보다. 가격 올리면 누가 사 먹고, 안 올리면 누가 팔겠냐"는 글이 공유되고 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우리 동네 붕어빵 가게 올해는 안 연대. 재료비·인건비 올라 장사 접었다더라. 아예 파는 곳이 없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겨울이면 습관처럼 들르던 골목 붕어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증언은 곳곳에서 반복된다.

'천원의 행복'으로 불리던 서민 간식이 더는 서민 가격이 아니게 된 지금, 붕어빵을 먹는 사람보다 붕어빵을 더 이상 팔 수 없게 된 사람이 먼저 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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