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 모빌리티 배터리 개발 거점을 조성한다. 전기차와 로보틱스, 미래항공교통(AAM) 등에 장착할 배터리 기술력을 내재화하기 위해서다.
▶본지 2024년 9월 25일 A1, 3면 참조
현대차 울산 수소연료전지공장(9300억원·10월), 기아 경기 화성 전기차 공장(4조원·11월)에 이은 현대차그룹의 세 번째 대규모 국내 투자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125조2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해 한국을 ‘마더팩토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28일 경기 안성 제5일반산업단지에서 ‘미래 모빌리티 배터리 안성 캠퍼스 상량식(건축 골격 완성 기념행사)’을 열고 배터리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배터리 안성 캠퍼스는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배터리 설계·공정 기술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현대차그룹 최초의 배터리 특화 R&D 거점이다. 기존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와 의왕연구소가 배터리 소재와 셀 설계, 공정 기술 등 초기 검증을 맡고, 배터리 안성 캠퍼스에서는 배터리 시험 생산을 통해 실제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수준의 배터리 품질과 안정성을 테스트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산업단지 내 연면적 11만1000㎡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착공해 현재 공정률은 30% 수준으로 내년 말 준공 예정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완성차가 직접 배터리를 제조하지 않더라도 기술을 내재화하면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적용하고, 원가도 낮출 수 있다. 중국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는 배터리를 생산하고, 미국 테슬라도 네바다주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도 배터리 내재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안성 캠퍼스에서 전기차,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 차세대 전동화 차량에 들어갈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셀 연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로보틱스, A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적용될 배터리도 동시에 개발한다.
현대차·기아는 R&D 과정 전반에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 등을 적용해 배터리의 성능, 안전성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디지털 검증 체계도 구축한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실제 배터리 양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기술 개발과 관계없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겠다는 얘기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경기도, 안성시 등과 배터리 안성 캠퍼스를 ‘배터리 허브’로 육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사장)은 “배터리 안성 캠퍼스는 국내 배터리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산업 간 협업과 기술 고도화를 촉진하는 출발점”이라며 “기업 경쟁력의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전동화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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