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취임 6개월여 만에 처음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이 국가 경영에 정말로 중요한 조직이지만 역량이 큰 만큼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서글프다”며 “국정원이 바로 서고 본연의 역할을 다할 때 국가가 얼마나 더 나아지는지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마약 단속 등 민생과 관련한 국정원 업무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을 찾아 이종석 국정원장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개별 부처를 방문한 건 국정원이 처음이다. 국정원 업무보고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대통령실 3실장’이 모두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원장 취임 이후 5개월간의 성과와 발전 방향을 보고받고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국정원 국가우주안보센터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복원된 국정원 원훈인 ‘정보는 국력이다’가 적힌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사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국정원이 바로 서면 많은 일을 해낼 충분한 역량을 가진 중요한 기관”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여하지 않았고, 자체 특별감사를 통해 과거 잘못을 시정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비상계엄 가담자를 추려내는 헌법존중정부혁신태스크포스(TF)가 가동되기 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를 사전에 조사해 인사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캄보디아 대학생 살해 사건 주범 체포와 스캠(사기) 범죄 해결에 국정원이 역할을 한 점도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원이 바로 서고 본연의 역할을 다할 때 국가가 얼마나 더 나아지는지 보여달라”면서 “새로운 각오와 큰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마약 조직을 단속하는 데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마약 조직 단속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해서 ‘대한민국은 건드리면 손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철저히 단속해달라”고 했다. 국정원을 비롯한 검찰 경찰 관세청 등 8개 기관은 지난 21일 마약범죄정부합동수사본부를 출범시켜 ‘마약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합수본과 별도로 국정원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보기관 다자 플랫폼을 통해 마약 범죄와 관련한 국제 공동 대응에 나섰다.
국정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조직의 사활을 걸고 국제범죄, 마약, 인력 수출, 사이버 범죄, 불법 암호화폐, 스캠 범죄를 확실히 해결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정원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연내 주요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권 출범 후 업무보고를 받았어야 했는데 아직 못 받았다”며 “애초 국무회의에서 각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는 형식을 취하려고 했지만, 토론이 길게 이어져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업무보고를 따로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직원 오찬에서 국정원을 맨 처음 방문한 이유에 대해 “국정원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정보 활동은 국가 운영에, 거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며 “그 핵심에 여러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람으로 치면 국가의 눈, 귀 역할을 여러분이 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주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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