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는 저의 소중한 식량입니다. 식량을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28일 연세대 서울 신촌캠퍼스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초입에는 다람쥐 그림과 함께 이같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인근에는 등산 중 주운 도토리를 반납할 수 있도록 만든 ‘도토리 저금통’이 비치돼 있었다.가을철 일부 등산객의 무분별한 임산물 채취로 산림이 몸살을 앓고 있다. 도토리 밤 등 야생동물의 겨울나기를 위한 먹잇감을 등산객이 가져가면서 산속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이 지난 9월 15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가을철 산림 내 불법 임산물 채취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64명이 형사입건, 18명이 훈방·계도 조치됐다. 5명은 조사를 받고 있다. 산림청은 매년 봄·가을 산림사법수사대를 투입하고 드론과 액션캠을 활용해 단속을 펼치고 있다.
산림청이 매년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는 이유는 도토리 송이버섯 잣 밤 등 각종 임산물을 등산객이 가져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등산 애호가 60대 김모씨는 “2주 전 양주 사패산에 갔는데 한 중년 부부가 등산가방이 두둑해질 정도로 떨어진 밤을 주워 담고 있었다”며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며 도토리를 줍는 등산객도 흔하게 본다”고 말했다.
무단 임산물 채취의 가장 큰 피해는 야생동물에게 돌아간다. 도토리 밤 등은 청설모, 고라니와 같은 산속 동물이 겨울을 나기 위한 ‘생존 자원’이기 때문이다. 자연에 먹이가 부족해지면 야생동물이 도심으로 내려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멧돼지는 겨울을 앞두고 먹이를 집중적으로 찾기 때문에 도심 출몰 신고가 가을과 초겨울에 집중된다. 지난달 28일 전북 전주 도심에 멧돼지가 출몰한 데 이어 31일 충북 충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도 멧돼지 네 마리가 나타났다.
국유림이나 타인 소유 산에서 임산물을 훔치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본인 소유 땅이라도 임산물을 채취하려면 관할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불법이라는 경각심이 낮아 ‘조금은 가져가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등산객이 많다”며 “국민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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