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중국 빅테크들이 해외에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는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에서 학습시키고 있다. LLM 학습을 하려면 막대한 연산력이 필요해 중국 기업은 엔비디아의 고급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선호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에는 미국 빅테크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엔비디아 GPU가 설치돼 있다. 중국 기업은 주로 비(非)중국계 사업자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미국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 데이터센터 운영자는 “최첨단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최고의 칩이 필요하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이곳을 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이는 중국 정부의 ‘AI 칩 국산화’ 기조에 맞지 않는 움직임이다. 중국은 미국발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화웨이 등 국산 칩 사용을 기업들에 압박해왔다. 지난 3년간 미국이 엔비디아 A100·H100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중국 전용으로 개발된 A800·H800, H20까지 차단하면서 반도체 공급망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달 중국 규제당국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 칩 사용을 차단하고, 화웨이·캠브리콘 등 중국산 AI 칩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국가 재정을 투입한 신규 AI 데이터센터에 국산 AI칩만 사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사실상 중국 내 엔비디아 GPU를 단계적으로 배제하고, 국산 AI 반도체 채택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기술의 한계가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성능과 속도 차이를 감안하면 중국산 칩만으로는 대규모 모델 학습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딥시크는 중국에서 학습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 제재 이전에 확보한 엔비디아 칩 재고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 역시 GPU 부족으로 차세대 모델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7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의 중국 판매 재개를 한시 승인한 이후 TSMC에 H20 칩 30만 개를 추가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불법 유통을 통해서라도 엔비디아 고성능 칩을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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