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저가 철강의 한국 침투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반덤핑 장벽을 높이 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국산 제품보다 30% 싼 값을 앞세워 시장을 교란하는 걸 내버려 두면 국내 철강업계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방침에 따라 중국산 후판, 열연강판, 스테인리스 후판 등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도금강판과 컬러강판 조사에도 착수했다. 반덤핑 대상 품목이 확대되면 중국 업체들이 반덤핑 관세를 물리지 않는 철강 제품으로 속여 판매하는 방식도 차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산 도금강판 및 컬러강판 수입량이 급증한 것은 가격 때문이다.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은 건물 지붕·내외벽, 간판, 가전·자동차 외장재 등에 주로 쓰인다. 중국산 제품은 이 중 품질에 민감하지 않은 공장·창고용 샌드위치 패널과 건축 외장재용 시장을 휩쓸고 있다. 중국 철강 업체들이 경기 둔화로 내수 수요가 줄어들자 가까운 한국으로 물량을 밀어내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로 인해 중국산 제품의 t당 평균 단가는 2022년 942달러(약 138만원)에서 올해 635달러(약 93만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국산 평균 가격(124만원)보다 25% 저렴하다.
가격으로 승부하기 힘든 한국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1위인 동국씨엠이 지난해 국내 건축용 컬러강판으로 낸 이익은 1년 전보다 24% 쪼그라든 것으로 알려졌다. KG스틸과 세아씨엠도 같은 기간 이익이 10% 이상 하락했다.
문제는 품질이다. 중국산 도금강판은 건축법 규정 도금량(㎡당 90g)에 크게 못 미치는 ㎡당 60g 수준으로 알려졌다. 도막 두께가 얇으면 쉽게 녹이 슬고 화재 발생 시 불이 금방 옮겨붙는다. 철강업계에서 “중국산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이 내수 시장 가격을 왜곡할 뿐 아니라 국민 안전도 위협한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반덤핑 조치는 후판에서 본격화됐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고,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중국산 후판에 최고 34.1%의 반덤핑 관세를 향후 5년간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제철이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의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고 지난 7월부터 최고 33.6%의 잠정 관세가 부과됐다. 스테인리스 후판도 마찬가지다.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6월 향후 5년간 21.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산 H형강은 2015년부터 최고 32.7%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철강에 국내 철강업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국내 산업 보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원/성상훈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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