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거인이 완전히 깨어났다."
한동안 인공지능(AI) 경쟁에서 '감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다가 전방위 추격전에 나선 구글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이 내린 한 줄 평이다. 구글이 지난주 내놓은 최신 AI 챗봇 '제미나이3'는 추론 성능, 코딩 실력 등에서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챗GPT 5.1'보다 낫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건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인 텐서처리장치(TPU·Tensor Processing Unit)다. 제미나이3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대신 TPU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TPU가 어느 날 갑자기 뚝딱 나온 물건은 아니다. 구글은 이 칩을 2015년 처음 선보인 이후 검색, 유튜브 등 자체 서비스에 활용해 왔으며 올해 7세대 제품까지 나왔다.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사이기도 한 구글은 TPU 성능을 꾸준히 개선하며 외부에 판매하는 방안도 모색해 왔다. 최근 앤스로픽에 최대 100만 개를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메타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빅테크들은 GPU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돈을 싸 들고 엔비디아로 몰려가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크게 낮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자 업계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AI 거품 논란이 지속되면서 대규모 자본 지출을 단행한 빅테크의 수익성과 효율성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며 "제미나이3는 논란을 잠재우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검색 엔진,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을 통해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클라우드, 반도체 설계 등도 한다는 점에서 AI 사업에 유리한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AI 경쟁 초창기에 굼뜨게 움직이는 바람에 오픈AI에 주도권을 빼앗겼는데, 기세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이미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든 메타, 아마존, 오픈AI 등도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PU가 GPU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면서도 "자체 트래픽을 해결하거나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구글이 AI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엔비디아 제품은 특정한 AI 기능을 위해 설계된 주문형반도체(ASIC)보다 뛰어난 성능을 제공한다"는 입장을 냈다. GPU의 장점을 강조하며 구글을 넌지시 견제한 것이다. 구글도 "맞춤형 TPU와 엔비디아 GPU 모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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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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