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 한인 바이오기업 카이진이 표적 항체만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차세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관련 기술을 갖춘 기업은 이 회사를 포함해 세 곳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 바이오 벤처캐피털(VC)과 셀트리온에 각각 조 단위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해 주목받았다.신민재 카이진 대표(사진)는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나쁜 항체를 없애려다가 좋은 항체마저 없애다 보니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장기 사용 시 전신 부작용과 내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카이진은 병을 일으키는 특정 항체만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PDEG’라는 기술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체의 주된 기능은 바이러스와 세균 등의 외부 감염을 막는 것이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체내 자가 항체가 스스로를 공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카이진 측은 ‘항암 유도탄’으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처럼 특정 자가 항체만 선택해 표적으로 삼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능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종류의 기술을 갖춘 회사는 미국 최대 항신생아 Fc 수용체(FcRn) 계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회사 아르젠엑스와 신경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전문 회사 바이오헤븐 등 소수다. 신 대표는 "기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전신의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인 염증인자 억제제(항TNF, 항인터류킨 계열)와 항체 공장인 B-세포 자체를 공격하는(항CD20 리툭시맙 계열) 등의 방법을 쓰고 있지만 장기 사용 시 전신 부작용과 내성 발생이 가장 큰 한계점으로 지적되어 왔다"고 말했다.
기존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플랫폼 기술이라 적응증(치료대상 질환)도 넓다. 그는 "이 치료제 적응증은 IgA매개 신장염, 막성신염, 중증근무력증, 자가면역성혈소판 감소증, 유사천포창, 시신경척수염, 다발성 경화증, 노인성 수포성 질환 등 20개 이상의 자가항체 매개 질환으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이진은 뇌 질환에서 항체가 스스로를 공격해 일어나는 다발성 경화증, 자가면역성 뇌염 등 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나노벡스 브레인 셔틀’이라는 치료 항체를 뇌로 전달하는 독자 플랫폼 기술도 갖췄다. 신 대표는 “뇌 질환 치료제 분야 선두인 스위스 대형 제약사 로슈의 임상 2상에 진입한 ‘브레인 셔틀’과 비교해보니 동등 이상의 뇌 전달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카이진은 자가항체 분해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 7종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그는 "다수의 자가면역 치료후보물질이 동물(비임상) 모델 시험들을 통해 특정 자가항체를 약물 투약 후 1~2일 이내로 90% 이상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결과들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카이진은 이달 초 핵심 파이프라인 중 2종에 대한 선급금 114억원을 포함해 최대 1조620억원을 셀트리온에서 지급받는 조건의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지난 4월엔 미국 바이오 VC에 신규 후보물질 2종을 7억3300만달러(약 1조742억원)에 기술 이전하는 옵션(우선권) 계약도 맺었다.
비임상 단계 물질만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카이진은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그는 "덴마크 바이오기업 젠맵을 벤치마킹해 초기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다수의 후보물질을 동시에 개발해 다양한 제약 파트너사들과 초기 단계에 기술 이전하고 파트너사가 임상개발을 담당하는 방식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맵은 50여종 이상의 항암, 자가면역 치료 항체를 비임상단계까지 개발해 여러 제약사에 라이센스 아웃하는 사업 모델로 나스닥 시가총액만 26조원을 넘는다. 라이선스 아웃한 항체 중 8개가 얀센, 앱비, 암젠 등의 파트너사를 통해 상업화돼 미국과 유럽에 출시됐다.
카이진은 한올바이오파마에서 미국 이뮤노반트에 기술수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바토클리맙 개발을 주도한 신민재 미국법인장이 2022년 독립해 설립한 회사다. 20여명의 연구진 대부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나 국립암연구소(NCI) 출신의 신약 개발 전문가로 구성됐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 등으로부터 투자유치도 받았다. 신 대표는 "제2의 젠맙으로 키워 미국에서 한국 신약 개발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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