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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무덤' 가전 시장서 살아남은 쿠쿠

입력 2025-11-30 17:12   수정 2025-12-08 15:31


전기밥솥의 대명사로 통하는 쿠쿠가 가전 사업에서도 힘을 내고 있다. 삼성, LG와 중국 업체의 틈바구니에 중소 가전기업이 잇달아 무너진 데 비해 쿠쿠는 올해도 최대 실적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밥솥 사업으로 다져온 국내 판매망과 가전 렌털 분야를 접목한 ‘쿠쿠식 경영’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밥솥 연관 사업 강화
구본학 쿠쿠홈시스 겸 쿠쿠전자 대표는 “최고의 밥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다른 가전에서도 최고여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구 대표는 밥 먹는 인구가 줄어 밥솥 시장에만 안주할 수 없어 일찌감치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자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올해 사상 최대인 2조1000억원 매출을 그룹 목표로 내세웠다.


그 목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쿠쿠는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 1조5350억원, 영업이익 20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33% 늘어난 수치다. 렌털·생활가전 사업에 주력하는 쿠쿠홈시스와 가전제품 제조사 쿠쿠전자를 자회사로 둔 쿠쿠홀딩스의 실적을 더한 값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쿠쿠의 올해 매출이 최초로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쿠쿠 측은 “3분기까지 실적이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며 “4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증된 밥솥 품질을 앞세워 ‘믿고 쓰는 가전’으로 이미지를 굳힌 게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쿠쿠는 빠르게 데워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인덕션 히팅 가열’ 기술로 국내 밥솥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한 인덕션과 전자레인지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에어프라이어 매출은 올해에만 118% 늘어났다.

밥솥 기술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김치냉장고, 세탁기, 매트리스 등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가전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사후관리(AS)망도 계속 늘렸다. 쿠쿠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다음으로 많은 126개 지점에서 제품을 수리하고 있다.
◇렌털로 해외 사업 확대
목돈이 부족한 젊은 층을 겨냥해 ‘구독형 상품’을 발 빠르게 준비한 것도 주효했다. 2010년 렌털 사업을 시작한 쿠쿠는 기존 조직망을 활용해 전국적인 서비스 체계를 빠르게 갖췄다. 지난 8월 코웨이에 이어 국내 누적 렌털 계정 300만 개를 넘겼다.

밥솥과 소형 가전 등을 생산하는 경남 양산, 경기 시흥 공장 가동률은 90%대다. 회사 관계자는 “밥솥을 제외한 가전제품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해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 생산 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쿠쿠는 코웨이에 이어 2015년 말레이시아 렌털 시장에 진출해 현지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해 확보한 자금으로 내년 현지에 7개 매장을 추가로 낼 예정이다.

올 4월 태국 대형 유통기업 시피악스트라와 업무협약을 맺고 가전 렌털 사업을 시작했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몽골 매출은 전년 대비 250% 늘어났다. 현재 쿠쿠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다만 주가와 평판이 쿠쿠의 약점으로 꼽힌다. 쿠쿠는 한국ESG기준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종합 평가에서 2년 연속 C등급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3개월간 약세인 쿠쿠홀딩스 주가를 끌어올리고 지배구조 체제를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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