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튿날인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 원화가 절상 국면에 접어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의 노후 자산을 보호하려면 어느 정도 환율로 이익을 봤을 때 환헤지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15년 환헤지를 중단한 국민연금은 2022년 원·달러 환율이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면 해외 투자 자산의 5~10%까지 헤지할 수 있는 ‘전략적 환헤지’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계엄 사태 여파로 환율이 급등한 올해 초 단 한 번 활용했다.
외환당국은 환율이 급등락한 뒤에야 헤지에 나서는 전략적 환헤지 대신 상시적 환헤지를 부활하면 환율의 이상 쏠림현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이전처럼 해외 자산을 100% 환헤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지만, 일정 비율만 헤지하면 환율과 국민연금 수익률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외환당국의 견해다.
국민연금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시적 환헤지 재개에 강하게 반대하는 분위기다.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2015년 도입한 ‘자연헤지’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민연금 같은 초장기 투자자는 환율의 단기 변동에 신경 쓰지 않아도 결국 평균 환율에 회귀하기 때문에 해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인위적인 환헤지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또 환율 상승의 원인이 재정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 잠재성장률 하락, 한·미 간 금리 차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만약 이런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게 기금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게 국민연금의 판단이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물량을 소화하기엔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작은 점도 상시적 환헤지 부활에 반대하는 현실적 이유다.
지금까지는 ‘1300조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외화채 발행 비용과 이자를 물어가며 달러 빚을 낼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 여론이 컸다. 하지만 고환율이 장기간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외화채 발행으로 얻는 효과가 비용보다 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이 역시 반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채권 발행은 국채를 하나 더 만드는 꼴이어서 국가부채 논쟁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화채 발행을 위해서는 별도의 신용등급을 부여받아야 하는데, 그 시점부터 채권단의 간섭이 시작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에 이어 해외 채권 투자자와 외국 정부까지 시어머니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영효/남정민/이광식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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