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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승계 과정에서의 분쟁이 확대일로다. 최근 10년간 상속을 진행한 대기업 4곳 중 1곳이 경영권 공격을 받았고, 중소·중견기업에선 분쟁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속 재산 분할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상속재산분할 소송, 유류분 반환 소송으로 이어지는 건 기본이다. 그 과정에서 경영권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둘러싸고 상속인들 간 여러 건의 가처분 소송이 진행되기도 한다.
대기업 40%, 상속 과정서 경영권 공격받아
상속으로 경영권 지분이 분산되면서 재산 분할 합의 후에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준비되지 않은 상속으로 엇비슷한 지분 비율을 가진 상속인들이 전부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저해하고 분쟁을 유발하게 된다. 생전에 상속인 중 한 명을 후계자로 정하고 보유 주식 전부를 후계자에게 유증하는 공정증서 유언까지 해뒀지만, 대주주가 갑자기 쓰러져 성년후견이 개시되고, 상속인들 간 경영권을 둘러싼 극심한 분쟁이 발생한 탓에 회사와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제삼자 후견인이 수년간 회사를 경영하게 되면서 상속인들이 후견인에게 끌려다니고 회사의 경쟁력이 약화한 사례도 있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러나 돈은 피보다 진하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전통적 유교 관념이 사라지면서 돈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가족 관계는 변화했고, 상속인들의 평등 의식, 권리 의식은 강화됐다. 경제 성장으로 기업 가치, 자산 가치가 커지면서 소득보다 자산 가치가 너무 높아 스스로 부를 형성하기 한층 어려워진 시대다.
기업 대주주에겐 경영권 주식 외에, 후계자가 아닌 상속인들에게 충분히 나눠 줄 정도의 다른 자산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업은 상속인들이 여러 계열사를 나눠 승계할 수 있는 반면, 회사 하나가 전부인 중소·중견 기업에선 분쟁 해결이 더욱 어렵다. 비상장 회사에선 경영권을 얻지 못한 채 소수 주주가 되면, 배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환가도 어려워 자칫 상속받은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

원물반환 원칙, 징벌적 상속세…분쟁 요소 곳곳에
유류분 제도와 법정 상속분의 1/2에 이르는 높은 유류분 비율, 유류분 반환 시 '원물반환' 원칙도 문제다. 원물반환으로 인해 사전 증여된 경영권 주식이 반환되면 분쟁은 격화되기 마련이다. 일부 주식을 받은 나머지 상속인들이 소수 주주가 되고, 부동산마저 원물반환으로 공유 관계에 놓이면 분쟁·갈등 상황은 장기화한다.경영권 주식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징벌적 상속세도 문제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에 관한 이견으로 상속인들 간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 제삼자가 끼어들 가능성이 커지며, 그 과정에서 상속인들이 경영권을 잃기도 한다. 외부에서 경영권 공격을 받거나 대주주 일가 간 분쟁이 발생하면 장기적으로 회사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이는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져 주주들까지 손실을 보게 되는 결과에 이른다. 상속인 중 일부가 피상속인 생전에 회사를 경영한 경우라면, 경영 당시 불투명한 회계 처리 등을 이유로 공격받을 여지도 생긴다. 이에 대한 고소·고발은 더욱 큰 분쟁을 낳는다.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상속인들 간 소송전, 여기에 고소·고발이 더해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면, 돈을 아니 번만 못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85세 치매 유병률은 45%에 이른다. 10명 중 4명이 치매를 앓다 사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후견 개시를 할지, 누가 후견인이 될지를 두고 가족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치매 발병 후 이뤄진 증여나 유언에 대해선 그 유효성을 둘러싸고 상속인들 간에 더욱 치열한 다툼이 발생하게 된다. 건강한 상태에서 미리 승계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명문 장수 기업'을 만들려면 경영권 분쟁을 예방해 가족 간 화목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설계해야 한다. 증여, 법정 상속, 유언만으로는 안정적 경영권 승계와 분쟁 예방에는 부족하다.

승계의 안정적 이행 담보되는 유언대용신탁
'유언대용신탁'은 상속 재산 분배의 확실성과 신속성을 담보할 수 있어 분쟁 예방 효과가 크고, 생전·사후 재산 보호도 가능한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신탁을 이용하지 않은 경우 다음 세대에서 분쟁 가능성이 높고, 주식이 흩어지게 된다. 반면 수탁자로 신탁회사를 이용하면 독립적 전문가에 의한 승계 계획의 안정적 이행이 담보된다. 유언대용신탁은 체결하는 시점에 증여세나 취득세 등 세금도 내지 않는다. 생전 증여의 단점인 조기 세금 납부 부담 없이 승계 계획 수립과 후계자 확립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최근 모 기업에선 피상속인의 증여 후 자녀의 변심으로 리스크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고령의 자산가들 사이에 "마지막까지 (재산을) 쥐고 있어라"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언제든 수익자 변경이 가능하므로 자녀의 변심이라는 변수까지 예방할 수 있다.
대주주는 생전에 주식을 신탁재산으로 하는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서 자신이 생존하는 기간에는 스스로 수익자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자신이 사망한 이후부터 후계자가 수익권을 취득하도록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대주주는 수탁자에 대한 의결권 행사 지시권을 통해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 유언 집행이나 유산 분할 협의 기간에도 공백 없이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유 주식에 대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서 수익권을 '수익수익권'과 '의결권행사지시권'으로 이분화할 수도 있다. 대주주 생전에는 대주주가 두 수익권 모두의 수익자인데, 사망 이후에는 상속인들은 수익수익권만 취득하고 의결권행사지시권은 후계자만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이는 나머지 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침해하지 않는, 비교적 공평한 재산 분할과 후계자에게 의결권이 집중되는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상속인 여럿에게 경영 기회를 주고 싶을 땐 이들 모두가 10년씩 순차적으로 의결권행사지시권의 수익자가 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유언대용신탁의 수익자에게 신탁된 부동산 실물이 아니라 부동산 매각대금만 수익하도록 한 경우에는 취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절세까지 가능하게 된 것으로, 자산 승계 과정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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