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로하스의 새 작품은 2026년 여름 애스펀 미술관에서 열릴 로하스의 개인전에서 핵심 작품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이번 협업은 예술과 학문, 역사와 지리 등 서로 다른 영역을 잇는 연구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신작 '무제'는 실물 크기의 트리케라톱스 두개골 형상을 기반으로 한다. 내부에는 선사시대 조각상 '레스퓌그의 비너스'의 형상이 드러나 있다. 로하스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문화, 생물학적 종과 상징 사이의 경계를 재해석하고 생명의 기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작품은 디지털 3D 모델링과 손작업 조각을 결합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청동 표면의 미세한 균열과 공동, 혈관 구조는 화석의 지질학적 특성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가상과 현실, 기술과 물질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작품이 설치된 발레 드 주 지역은 쥐라기 화석이 다량 보존된 석회암 지층을 지니고 있다. 로하스는 이 지역의 지질학적 맥락을 바탕으로 퇴적층, 화석, 인간 문명의 흔적이 중첩된 ‘깊은 시간(Deep Time)’의 풍경을 조명한다. 작품은 내년 애스펀 미술관 전시에서도 빙하와 지층 등 오랜 시간을 연상케하는 자연환경과 함께 설치될 예정이다.

로하스가 연작 제목에 '적군의 언어'를 쓰는 이유는 뭘까. 이는 단순히 적(敵)에 대한 단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속한 문화적, 상징적 질서 바깥의 '타자' 또는 '비인간적 존재'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의미 생성의 기원을 상상하게 하게 만드는 데에 제목의 목적이 있다. 로하스의 적군이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존재들에 가깝다.
애스펀 미술관의 클로드 아질 총괄 큐레이터는 "로하스의 작업은 우리가 공유하는 세계의 우연성과 엔트로피를 탐구하게 한다"며 "지식을 구성하는 방식을 다시금 생각하도록 만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데마 피게 컨템퍼러리의 오드리 타이히만 큐레이터는 "로하스는 고고생물학과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해 가상의 역사를 구축하며 예술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도록 한다"고 평가했다.
로하스는 1980년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태어나 세계 여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샤르자 비엔날레 상(2015), 취리히 예술상(2013), 베니스 비엔날레 베네세상(2011) 등 주요 국제 미술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 휴고 보스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2022), 마이애미 배스 미술관(2022), LA현대미술관(2017),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2017),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2017) 등이 있으며, 파리 피노 컬렉션(2024), 제12, 13회 광주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13(2012), 뉴뮤지엄 트리엔날레(2012), 그리고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아르헨티나 파빌리온(2011) 등 세계 각지의 비엔날레와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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