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를 사칭한 사람에게 속아 9만파운드(약 1억7500만원)를 갈취당한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출신의 패트리샤(가명)는 지난해 5월 피트의 매니저라고 주장하는 A씨로부터 지난해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피트와 직접 연락을 나누고 싶냐"라는 등의 말로 패트리샤의 팬심을 자극했고, 이후 사칭범은 패트리샤에게 달콤한 말을 전하며 돈을 뜯어냈다.
피트를 가장한 사기꾼은 "패트리샤는 영원히 내 전부"라면서도 "연인 관계를 비밀로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사칭범은 패트리샤에게 "사랑한다, 평생 함께하자"라는 메시지와 꽃을 보내기도 했다. 패트리샤는 자신이 유명 배우의 연인이 됐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패트리샤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자신에게 반했다고 확신했고, 그를 기다리며 호텔 방에서 혼자 3주 동안 지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금전도 요구했다. 사칭범은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정액 요금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며 돈을 요구했다. 패트리샤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결국 그게 합법적일 수도 있다고 믿게 됐고, 해당 금액을 송금했다.
하지만 패트리샤는 피트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칭범은 더욱 집요하게 의료비 등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이후 몇 번의 돈을 더 지불한 후에야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지만 3주 동안 호텔에 머물면서 피트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패트리샤는 스위스에 있는 집에 돌아온 후에야 피트를 사칭하며 다른 사람에게 돈을 뜯긴 프랑스 여성의 사연을 알게 됐다. 프랑스 출신 인테리어 디자이너 안 드뇌샤텔(53)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칭범이 접근했고, 그와 가까워지면서 남편과 이혼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전처인 안젤리나 졸리와의 이혼 소송으로 계좌가 동결된 상태라서 관세 비용으로 9000유로(약 1500만원)를 대신 지불해 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병원에서 신장암 치료를 받고 있다며 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튀르키예의 한 계좌로 6만유로(약 9900만원)를 송금했다.
안은 수개월에 걸쳐 사기꾼들에게 총 83만유로(약 13억6000만원)를 보냈다.
패트리샤 역시 총 10만프랑(약 1억8300만원)의 돈을 송금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그는 "삶을 재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감정적 피해가 너무 컸다"며 "존재하지도 않은 관계로 1년 동안 살았다는 것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범죄 방식은 로맨스 스캠이다. 로맨스 스캠은 온라인상에서 연인 관계를 빙자해 금전을 편취하는 사기 범죄다. 주로 SNS, 데이팅 앱, 메신저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신뢰 관계를 쌓은 뒤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송금을 요구하거나, 금융·투자 사기로 돈을 빼앗는 수법을 말한다. 연애(Romance)와 사기(Scam)가 합쳐진 말이다.
짧은 시간 안에 감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락과 애정 표현을 반복하며 관계를 급속도로 발전시킨다. 그러나 직접적인 만남은 각종 이유를 들어 회피하면서 장거리 연애 상황을 유지한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명 배우의 사진을 AI로 무단 도용해 로맨스 스캠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있었다. 이들 일당은 이정재의 사진과 가짜 운전면허증을 보내 신뢰를 쌓은 뒤, 팬미팅 VIP 카드 발급비 명목 등으로 6개월간 5억원을 빼앗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금전 지원이 이루어지면 질병 치료비나 사업 투자금, 해외에서 귀중품을 보내려다 세관에 묶여 통관 비용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명목으로 송금을 요구한다. 최근에는 단순 금전 요구를 넘어, 암호화폐 투자나 해외 투자 사기 등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국내 로맨스스캠 피해 금액은 지난해 2월 국내 집계가 시작된 이후 약 1년 반 만에 1300억원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온라인 관계에서 금전을 요구하면 로맨스 스캠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심 상황에선 즉각 대화를 중단하고, 수사 기관이나 금융감독 기관에 신고할 것을 권고한다.
더불어 상대가 보낸 사진이 지나치게 '완벽'하거나 유명인 혹은 모델처럼 보이면 반드시 이미지 검색을 해 다른 사이트나 프로필에 동일 이미지가 사용됐는지 확인할 것을 조언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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