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업계가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과 원·달러 환율 급등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대형항공사(FSC)는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 여파에 날개가 꺾였다.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정비비 등 핵심 비용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들은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익성도 악화됐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7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2% 감소했다. 매출도 4조85억원으로 전년보다 5.5% 줄었다. 여객 수요는 늘었지만 경쟁 심화로 여객 단가가 떨어진 데다 미국의 입국 규정 강화로 장거리 노선이 타격을 입은 영향이 크다. 화물 부문도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따른 물동량 둔화 여파로 약세를 이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영업손실 175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화물기 사업 매각 영향으로 매출도 전년보다 22.1% 줄어든 1조4643억원에 그쳤다. 화물 매출이 1년 새 66% 급감해 수익 기반이 약화됐고 통상임금 변경, 조업료 소급 인상으로 일회성 비용은 증가했다.
LCC의 실적 부진은 더 심각하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상장 LCC 4사는 3분기에만 2000억원 넘는 영업 적자를 냈다. 제주항공은 3분기 영업손실 550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도 388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9.2%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무안공항 사고 이후 일부 노선을 축소하고 기단 운용에 차질을 빚은 탓이다.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확대 중인 티웨이항공은 투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3분기 영업손실이 955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60억원)보다 16배 가까이 급증했다. 작년 3분기 흑자를 기록했던 진에어, 에어부산도 각각 200억원을 웃도는 적자를 냈다. 매출도 진에어(-16.5%), 에어부산(-29.5%) 등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LCC는 공격적으로 항공기를 늘리고 일본·동남아시아 인기 노선 증편에 나섰다. 3분기 공급 좌석이 작년보다 3.7% 늘어난 배경이다. 하지만 환율 상승 여파로 여객 수 증가율은 2%대에 그쳤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탓에 여행객이 줄어든 부산~괌 등 일부 노선은 탑승률이 10~20%에 그치고 있다. 이에 항공사들은 탑승률을 높이기 위해 특가 할인 경쟁을 벌였고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빌려 쓰는 리스 항공기 비중이 높은 LCC는 환율 상승에 더 취약한 구조다. 진에어는 환율이 10% 오르면 약 311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환율이 5% 상승하면 249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유류비와 정비비 역시 대부분 달러로 결제돼 고환율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류비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한다. 항공업계는 4분기 추석(10월)과 연말 성수기 수요 증가를 기대하면서도 고환율과 경기 둔화가 실적 회복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같은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1450원을 웃도는 원·달러 환율은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라며 “환율이 오르면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