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대만, 홍콩,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기후공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공시와 함께 택소노미, 금융상품을 하나로 묶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죠.” 줄리아 테이 EY 아시아퍼시픽 공공정책 리더
서울대학교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와 기후테크센터, 박상혁(김포시을) 국회의원은 '아시아 기후금융 활성화 포럼'을 1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12층 그랜드홀에서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기후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선도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기후 리스크 분석의 고도화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상호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제1세션은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한 아시아 기후공시제도 현황’으로, 싱가포르, 대만, 중국&홍콩, 일본, 한국의 전문가가 차례대로 각국의 기후공시 제도 현황 및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EY 아시아퍼시픽 공공정책 리더인 줄리아 테이(Julia Tay)는 IFRS(국제재무보고기준)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하 ‘ISSB 기준’)을 자국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으로 채택한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가 앞장서는 가운데 싱가포르, 대만, 중국 및 홍콩과 일본이 지속가능공시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기후(스코프1,2)를 중심으로 2025년 STI 지수 편입기업(상장기업)부터 아시아 첫 번째로 공시를 의무화했다. 앞으로 대형 비상장 기업까지 그 의무를 확장할 계획을 수립하여, 자본시장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STI 기업은 거래소 규정에 따라 공시 의무를 부과받게 되나, 싱가포르의 경우 증권선물법이 상장기업으로 하여금 거래소 규정을 준수하도록 법적 뒷받침을 하고 있어 사실상 법정 공시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
줄리아 테이 리더는 싱가포르가 공시 - 분류체계(택소노미) - 데이터 - 금융상품을 하나로 묶는 ‘싱가포르 녹색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녹색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하고자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2023년 세계 최초로 '전환(Transition)' 활동을 녹색 활동으로 인정해 주는 ‘싱가포르-아시아 택소노미’를 도입하여 아시아 맞춤형 전략을 수립했다.
다음 발제를 맡은 도리스 왕(Doris Wang) 회계연구개발재단(ARDF) 대표는 대만의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대만의 경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의 GRI 기준과 연차보고서 및 사업보고서에는 새로운 ISSB 기준을 병행하여 발전시키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2025년 모든 상장 기업이 GRI 기준에 따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여야 하고, 2027부터 대형 상장사(자본금 100억 대만달러 이상)로 하여금 연차보고서에 ISSB 기준을 포함하여 공시하도록 한다. 대만은 ISSB 기준을 전면 직접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제도를 선도하고 있다.
또 대만 정부와 거래소(TWSE)는 ‘ESG 인포허브(InfoHub)'라는 중앙화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표준화 기술(XBRL)을 도입하여 투자자들의 편의를 높이고 있다. 이는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의 핵심 제조 기지로서,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표준을 만들고 금융의 힘으로 산업을 바꾸려는 '그린 파이낸스 액션 플랜 3.0(Green Finance Action Plan 3.0)'의 일환이다. 대만은 올해부터 3.0을 진행하고 있다.
도리스 왕 대표는 “국가 차원에서 ISSB 기준을 적용하고, S1과 S2에 맞는 택소노미를 만들기 위해 진행 중”이라며 “그린 파이낸스 액션 플랜 3.0에 우리 산업계의 경험을 반영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 발제를 맡은 유본 캄(Yvonne Kam) PwC 차이나&홍콩 회계기술팀 파트너는 홍콩의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홍콩은 회계사협회(HKICPA)와 거래소(HKEX)가 주축이 되어 제도를 수립하고 있으며, HKICPA는 ISSB 기준과 완전히 일치하는 공시기준을 발행하여 '재무보고기준(HKFRS)’에 포섭했다.
홍콩 거래소(HKEX)의 로드맵에 따르면, 모든 상장사는 2026년(FY 2025)부터 스코프 1 및 2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고, 스코프 3 등 다른 기후공시 항목은 ‘준수 또는 설명’ 방식으로 보고해야 한다.
2027년(FY 2026)부터는 항셍 대형주 지수 구성 기업에 스코프 3를 포함한 ISSB 기준에 따른 기후 공시가 전면 적용되고, 2029년(FY 2028)부터는 모든 상장사에 의무적 지속가능성 공시가 확대된다. 홍콩 통화청(HKMA)의 지속가능금융 액션 아젠다에 따르면, 모든 은행은 2030년까지 자체 운영 배출량 넷제로, 2050년까지 금융배출량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2029년(FY 2028)까지 상장사가 아니더라도 경제적 영향력이 큰 금융기관(PAEs)에 국제 기준에 맞춘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유본 캄 파트너는 “국가적 차원에서 NDC를 맞춰 탄소시장을 마련하고 있고, 각 도시별로 인센티브를 통해 보조금이나 지원을 하고 있다”라며 “기업들이 녹색 전환을 하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번째로는 이이다 히데후사(Iida Hidefusa) 동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일본의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의 경우 2023월 금융상품거래법의 하위 규정인 ‘기업 내용 등의 공시에 관한 내각부령’의 개정으로 법정공시 서류인 유가증권보고서에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함으로써 상장회사에 대한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의무의 법제화를 완료한 바 있다.
일본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SSBJ)는 2025년 3월 ISSB 기준을 전면 도입한 일본 지속가능성 공시기준(SSBJ 기준)과 2027년부터 프라임 시장 시총 3조엔 이상 기업부터 공시를 의무화하고 2028년부터 인증을 의무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상품거래법의 목적 및 취지에 따라 단일 중요성 원칙을 따르고, 위반 및 허위공시 시 행정처분, 형사책임, 민사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지속가능성 제도 현황에 대해 발표한 지현영 서울대학교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 변호사는 “한국의 경우 현재 기업의 기후·환경 정보공개가 자본시장과 환경규제의 차원에서 이원화되어 있는데, 자본시장법의 경우 사업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 중에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관리업체에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그 대상과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투자자의 기후 리스크 평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을 통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정법인이 환경정보공개제도의 영역에 포섭되었으나, 환경행정규제의 일환으로 구축된 환경정보공개체계가 자본시장법을 통해 시장에 반영될 수 있는 연계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 변호사는 “현재 지속가능성 공시는 자율적 공시에 불과하여 국제정합성 있는 법정공시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 변호사는 “규제당국인 금융위원회는 2023년 ESG 공시 도입시기를 ‘26년 이후’로 연기한 이후 향후 방향성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혼란을 가중하고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하루 빨리 정책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국제정합성 있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태영 ISSB 선임 자문위원을 좌장으로, 발제에 참여한 연사들과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하는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정준혁 교수는 “기업의 ESG 활동이 제대로 평가되려면 공시, 인증, 평가의 3단계가 제대로 구축되어야 한다”라며 “크게 세 가지가 중요한데 한국만의 주제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재무공시와 함께 공시하는 방식, 그리고 정보 오류에 대해 문제삼기보다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책임을 묻지 않는 세이퍼 하버(면책조항)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줄리아 테이 싱가포르 EY 공공정책 리더는 “지속가능성 공시도 여정이 있고, 각각의 엔드포인트(목표)가필요하다”라며 “특히 기업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면책조항, 세이프하버가 필요하고, 좋은 공시보고서를 처음 몇 년 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본 캄 PwC 파트너는 “중국은 단계적으로 지속가능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10개년 정도의 로드맵을 두고 모든 리소스를 투입해 진행하고 있다”라며 “미국 캘리포니아 룰, 유럽의 공시 등과 함께 가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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