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노린 것은 선원의 재해 정도를 판단하는 의료협의체가 없는 ‘어선원 재해보상보험’의 허점이었다. 어선원 재해보험은 어민이 어업 활동 중 부상·질병 등 재해를 입었을 때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정부 지원 보험제도다. 수협에서 수탁 운영 중이다.
해양경찰청 수사 결과 A씨는 2019년부터 의사협의체를 통해 판정되는 산업재해보다 장애등급 인정이 수월한 선원재해보험에 주목했다. 당시 선원재해보험에는 의사협의체 판정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A씨의 수법은 치밀했다. 모 노무법인에 매달 지입료를 내며 노무법인 명칭을 사용하고, 가짜 노무사 명함을 제작해 들고 다녔다. 평소 친분이 있던 수협 직원을 통해 재해 선원의 개인정보를 입수한 뒤 노무사 신분으로 접근해 “수수료를 주면 보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부추겼다.
이후 병원 원무과 직원과 짜고 선원의 장애진단서와 소견서를 위조 발급받아 수협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선원 총 35명을 대상으로 39건의 보험사기 행각을 벌여 23억원에 달하는 부정 보험금을 받아냈다.
A씨는 범행 발각에 대비해 성공 보수액 5억6000만원(약 25%)을 철저히 현금으로 챙겼다. 이 가운데 10%는 병원 원무과에 넘겼고, 범행을 도운 수협 직원에게는 생일 쿠폰 등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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