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행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5%로 올린 뒤 10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번에 0.25%포인트 더 올리면 연 0.75%가 된다. 그럼에도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낮다는 게 우에다 총재의 인식이다. 그는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완화적 금융 환경 속 조정”이라며 “경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에다 총재는 최근 엔저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엔저가 미치는 영향을 묻자 “수입 물가가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일본은행의 노력을 최종적으로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다카이치 내각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는 다카이치 총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부정적이었지만, 지난달 우에다 총재와의 첫 회동에서 일본은행의 금융 정상화 정책에 이해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우에다 총재의 강연 직후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크게 뛰었다. 익일물 금리스와프(OIS) 시장에서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지난달 28일 기준 58%에서 이날 75%로 올랐다. 니혼게이자이는 “시장은 우에다 총재 발언을 사실상 인상 예고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채권시장에선 장기 금리가 크게 뛰었다.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1.875%까지 상승하며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장기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기준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020%를 기록하며 17년 만에 연 1%를 넘어섰다. 다카이치 내각의 확장적 재정 정책도 계속 국채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값 상승에 도요타자동차(-1.63%), 혼다(-2.35%) 등 자동차주(株)가 일제히 떨어졌다. 어드반테스트(-4.25%) 등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 종목도 크게 하락하며 닛케이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1.63%),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1.55%), 미즈호파이낸셜(+0.51%) 등 은행주는 일제히 올랐다.
한편 일각에선 일본은행이 이달 FOMC 이후 시장 반응을 본 뒤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 단계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다이와증권의 진단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적어도 이달은 일본과 미국의 금융정책 동향을 살피며 변동성이 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적극적인 상승세를 좇는 분위기는 조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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