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다. 새로 생기는 기업도,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도 거의 모두 플랫폼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쪽 이용자를 다른 쪽 이용자에게 연결해 그들 간 경제적 상호작용을 돕는 중개 기능이 본업인 플랫폼은 상거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예컨대 전통시장이라는 유통 플랫폼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모이게 해 상거래를 돕는다. 이 플랫폼이 없었다면 소비자와 판매자는 서로에게 맞는 상대방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기에 상거래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시장경제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전통시장과 같은 오프라인 플랫폼은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으로 이용자를 모으고 그들 간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허문 것이 온라인 플랫폼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무수히 많은 이용자가 서로에게 맞는 상대방과 아주 쉽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온라인 플랫폼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만 하는 분야가 됐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 모델의 핵심은 이용자를 모으는 것이지만, 그 일은 만만치 않다. 특히 이용자에게 새롭거나 경쟁이 치열한 영역에서는 이용자를 자기 플랫폼으로 유인하기 쉽지 않다. 이에 플랫폼은 본연의 중개 기능에 부가 기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의 이용자 가치를 높여 이용자 참여를 유도한다. 쿠팡은 상품 거래를 중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판매도 한다. 배달의민족은 음식 중개에 더해 배달 서비스도 제공한다. 직판이 없고 배달 서비스가 없는 쿠팡이나 배민을 소비자는 처음부터 외면했을 것이다.
플랫폼의 중개 기능에 부가 기능을 결합하는 것은 자칫하면 끼워팔기나 자사 우대 같은 불공정거래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승객과 일반 택시를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 카카오T에 자회사 가맹 택시 서비스를 부가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일반 호출을 몰아줬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의 처분은 추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취소됐지만, 이를 떠나 주목할 점은 가맹 택시 서비스라는 부가 기능이 불공정거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빌미로 이 서비스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부가 기능은 플랫폼의 이용자 가치를 높이는 순기능이 커 그 자체로 불공정거래가 명백하지 않은 한 이를 금지하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회는 초가삼간을 태우려 하고 있다. 여당 주도 아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상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 소위 닥터나우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닥터나우는 2020년 코로나19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시장에서 환자와 의사 그리고 환자와 약국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이후 의약품 도매상 자회사를 설립하고 제휴 약국에 의약품을 직접 공급하는 사업을 부가했다. 이 부가 사업은 환자의 처방약 수요에 맞춰 약국의 의약품 재고 관리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환자와 약국을 연결하는 중개 기능을 강화해 플랫폼의 이용자 가치를 증대한다.
다만 제휴 약국에 처방전을 몰아주고 플랫폼에서 노출을 늘리는 식으로 혜택을 주는 등 일종의 자사 우대와 같은 불공정거래 우려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 사건처럼 공정거래법을 기반으로 공정위에서 사건별로 대응하면 되지 약사법을 개정해 원천 차단할 사안은 아니다.
한국에는 세계 각국에 있는 우버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이 없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무면허 차량의 승객 운송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의 예외였던 대형 렌터카를 이용한 타다 서비스도 소위 타다 금지법을 통해 차단했다. 법을 개정해서 승차공유를 허용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타다 서비스가 가능했던 예외 조항마저 삭제함으로써 운송 플랫폼이 창출할 수 있었던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가치가 사장됐다.
더 큰 문제는 플랫폼 시대에 언젠가는 규제를 풀 수밖에 없고, 그때는 준비된 외국 플랫폼이 우리 시장을 장악해 토종 플랫폼이 만들어질 공간이 없을 것이라는 데 있다. 똑같은 우를 닥터나우 방지법이 저지르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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