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를 통보받은 은행권에 자본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 원장이 잇따라 ‘소비자보호’를 강조한 데 이어 일부 금융그룹 회장에게 “연임 욕구가 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연 간담회에서 “H지수 ELS 제재는 감독당국이 소비자보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리딩 케이스’로 상징적인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원장은 “과징금 부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 생산적 금융에 지장이 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과징금이 확정될 때까지 RWA에 반영하지 않는 방안 등 생산적 금융 추진에 장애가 되지 않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의 조직개편을 이달 마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원장은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라며 “업권별로 소비자보호총괄감독 부서를 신설하는 등 이달 말까지 조직개편을 정리하고 인사도 다음달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등 금융상품 개발 과정부터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상품 설계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를 먼저 챙기도록 표준 매뉴얼을 마련 중”이라며 “본인 가족에게 권유할 수 없는 상품을 만들지 않도록 최대한 자율적으로 관리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최근 롯데카드와 업비트에서 해킹 사고가 잇따른 것과 관련해서도 현행 소비자보호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지난달 27일 발생한 업비트의 대규모 해킹 사고에 대해 이 원장은 “가상자산업권은 제도상 미비로 이용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며 “검사 결과를 살펴봐야겠지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의 사고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가 보안 시스템 투자가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보안이 뚫리면 회사가 망할 정도의 위험이란 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신한·우리·BNK 등 금융그룹 회장 인선을 앞둔 가운데 이 원장은 회장 연임 이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특정 경영인이 연임을 위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고, 임원추천위원회 후보자도 들러리로 세우는 부분은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부분이 최대한 투명하게 감시·견제될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와의 관계에 대해선 “정책은 금융위 중심으로 추진하되 감독과 관련된 부분은 금감원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특별사법경찰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과거 금융위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원장은 “금융위도 민생금융 범죄 분야 특사경엔 이견이 없고 자본시장 분야도 어느 정도 조정이 돼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