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유례없는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창업자이자 실질적 경영자인 김범석 의장(사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쿠팡이 이룬 고속 성장의 과실은 오롯이 누리는데 정작 대형 사고가 터지자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 쿠팡은 사태가 알려진 직후인 지난달 29일 박대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룹의 정점에 있는 김 의장은 철저히 무대 뒤로 빠진 셈이다.
문제는 김 의장의 이런 ‘거리두기’가 그의 막강한 권한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김 의장은 한국 법인인 쿠팡의 대표도, 이사회 멤버도 아니다. 2021년 모든 공식 직책을 내려놓고 미국 법인인 쿠팡Inc의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직함만 유지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한국 쿠팡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 모회사를 통해 한국 사업을 지배하고 있다.
그의 실질적인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김 의장이 보유한 쿠팡Inc 지분은 10% 미만이지만, 일반 주식보다 29배 많은 의결권을 가진 ‘클래스B’ 주식이다. 행사 가능한 의결권이 70%를 넘어선다. 사실상 김 의장 승인 없이 쿠팡의 주요 투자는 물론 이번에 문제가 된 보안 정책의 방향조차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김 의장은 위기 때마다 법적 ‘틈새’를 통해 책임을 피해 가고 있다. 2021년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에도 사고 발생 5시간 만에 한국 법인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법적 책임을 피했다. 국회 국정감사 때도 여러 차례 미국 법인 소속이라는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이번 3370만 명 정보 유출이라는 ‘디지털 재난’ 앞에서도 그는 같은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기업 경영의 원칙”이라며 “이번만큼은 김 의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재광/배태웅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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