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내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권’ 되찾기에 나섰다. 지난 9월 ‘HBM 큰손’ 엔비디아로부터 1년6개월 만에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 품질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최근 구글의 인공지능(AI) 가속기인 텐서처리장치(TPU)에 들어가는 HBM 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진짜 승부는 내년 본격화하는 6세대 HBM(HBM4) 납품 경쟁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달 안에 주요 고객사의 HBM4 품질 인증이 떨어지는 대로 대량 생산체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일각에서 나온 ‘HBM4 재설계’ 소문을 일축하고,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HBM4 물량을 가장 많이 확보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9월 수출 물량은 31억476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물량은 대부분 대만으로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신형 AI 가속기인 아이언우드 TPU가 최근 출시됐고, 조립(최첨단패키징)을 대만 TSMC가 맡는 걸 감안하면 HBM 수출 물량 중 상당량이 구글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올 들어 구글이 사들인 HBM 물량의 60% 이상을 삼성전자가 책임진 것으로 파악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구글에 HBM을 납품하는 ‘제1 공급사’는 SK하이닉스였다. 판도가 바뀐 건 올초 삼성전자가 HBM3E 성능을 좌우하는 D램 재설계를 통해 발열 문제를 잡은 뒤 구글 측 주문이 늘어나면서다. SK하이닉스가 HBM 생산 라인 대부분을 엔비디아에 배정한 것도 삼성이 구글 TPU 납품에서 약진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보내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다. 삼성 안팎에선 이르면 이달 내에 ‘긍정적인 결과’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HBM4 품질 인증을 받는 대로 공급량을 늘릴 수 있도록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춰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HBM 기술력을 회복한 만큼 전체 D램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비트 기준)도 현재 15%에서 상당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은 D램 생산능력이 큰 만큼 TPU발(發) HBM 수요 폭증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대상 HBM4 공급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올 4분기 HBM4용 웨이퍼 투입을 본격화한다”며 “2026년 2분기 말부터 의미 있는 생산량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핵심 타깃은 AI 가속기 세계 1위 업체 엔비디아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오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HBM4에서도 제1 공급사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용 HBM 납품과 관련해선 “(생산능력 한계 등으로) 단기간에 물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에서 엔비디아를 뺀 구글 등 다른 기업들의 비중은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HBM4의 주요 수요처는 메인 고객사”라며 “2026년에도 고객사 비중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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