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양테크가 운영하는 현대로템(Hyundai Rotem operated by Jinyang Tech)'
지난달 26일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 북쪽으로 260㎞ 정도를 달려 만난 현대로템 메리보로 공장 입구에는 이런 간판이 걸려 있었다. 호주 최초의 '롤포밍'(금속 강판을 롤러를 이용해 원하는 형상으로 눌러내는 과정) 공장인 이곳에선 진양테크 조끼를 입은 직원 5명이 롤러에서 빠져나온 강판의 용접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진양테크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은 독자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기 쉽지 않은데, 현대로템의 지원 덕분에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메리보로 공장은 현대로템이 올해 3월 약 165억원을 들여 완공한 시설이다. 퀸즐랜드 주 정부가 추진하는 QTMP 프로젝트에 들어갈 전동차 차체가 여기서 생산된다. 현대로템이 2023년 14억 호주달러(1조35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을 수주할 당시 주 정부가 요구한 현지생산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다. 현대로템은 2031년까지 이곳에서 총 390량을 제작해 퀸즐랜드 내 7개 노선에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호주 진출이 가능했던 배경에 진양테크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과의 협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메리보로 공장의 '주인공'은 국내 금속제조 중소기업인 진양테크다. 진양테크는 금속 성형에 필요한 금형을 설계하고, 국내 관리자와 기술자를 현지 공장에 파견해 생산관리를 담당한다. 중장기적으로 현지 직원 50여명을 채용해 기술이전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 필요한 생산설비와 공장을 지원한다.
현대로템과 진양테크의 인연은 1998년 코레일 무궁화 객차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호주 시드니 NIF(신형 도시간 열차) 이층 전동차, 대만 TRA 전동차 등 해외 수주에 함께 참여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철도차량은 자동차, 버스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라며 "프로젝트마다 납기를 맞추려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간 단단한 원팀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지난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준공한 철도 전장품 공장 '현대로템 스마트 일렉트릭 아메리카(HRSEA)'도 국내 부품업체들이 함께 진출했다. VC테크(추진제어장치 및 보조전원장치), JKA(전등류) 등이 현대로템이 지난해 수주한 6억6369억달러(약 9764억원) 규모의 LA메트로 전동차용 전기·전자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국내 부품업체가 직접 해외에서 뛰면서 기술이전 및 마케팅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라며 "한국 철도의 기술력을 해외에 알리면 장기적으로 K 철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즈번=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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