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달러예금, 달러보험, 트래블카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다양한 ‘환테크’(환율+재테크) 상품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담을 것을 조언한다. 시장 변동성이 여전한 만큼 단순한 환율 상승 기대에 기댄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환테크 상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달러예금이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은행에 넣어두는 이 상품은 예금 이자는 물론 향후 원화로 환전할 때 환율이 가입 시점보다 오르면 시세 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
달러예금 잔액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이달 기준 612억달러로 집계됐다. 불과 한 달 새 43억달러 넘게 불어났다.통상 환율 급등기에는 고점에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 때문에 달러예금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의 달러 강세장에서 잔액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 기업과 개인 모두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달러를 서둘러 통장에 ‘쟁여두는’ 분위기다.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풀지 않고 금고에 쌓아두는 현상도 달러예금 급증의 배경으로 꼽힌다. 보통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운전자금 등으로 쓰지만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에 환전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 중에서는 해외 주식과 채권 매수에 나선 ‘서학개미’들이 예금 잔액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달러보험’ 역시 환테크족의 주목을 받고 있다. 5대 은행의 올해 달러보험 누적 판매액은 지난 21일 기준 1조552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판매액(9641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이 모두 달러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달러예금보다 이율이 높은 데다 만기 시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 수익 비과세 혜택은 덤이다. 중도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 위험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외화 RP 또한 환테크 시장의 다크호스다. 외화 RP는 달러 등 외화로 약정 금리를 주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금융사가 보유한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를 고객에게 팔고 일정 기간 뒤 약속된 가격에 되사는 구조다.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남은 달러 예수금이나 여유 자금을 외화 RP로 굴리는 환테크족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세만 좇아 성급하게 외화 자산 매수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품별로 환차손 리스크나 배당소득세 등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크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등 대외 변수가 산적해 있다”며 “장기 안목에서 다양한 환테크 상품을 분할 매수하는 방식의 접근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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