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골퍼도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끼리 한조에 편성되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라운딩 중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정치색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면 심리적 긴장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도 정치적 견해차는 성과를 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2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하스경영대학원팀에 따르면 미국 PGA 투어에서 정치색이 다른 사람끼리 같은 조에 편성되면 평균 성적이 떨어졌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경영과학(Management Science)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1997~2022년 치러진 700여개 PGA 경기의 2만5000여건 라운드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에서 정치 성향을 드러낸 골프선수 360명이 무작위로 배정된 경기 성적을 파악했다. 360명 중 82명은 민주당, 278명은 공화당 지지자였다.
일반적으로 골프를 칠 땐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팀을 구성하지만 PGA는 컴퓨터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팀을 무작위 구성한다. 연구진은 이런 무작위 조 배정 방식이 사회과학 연구를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정치색이 다른 사람과 같은 조에 배정된 선수들은 라운드 당 0.2타 가량 더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는 2.5위 낮았고 토너먼트 진출 확률은 5.3% 줄었다. PGA 선수들의 기량 격차가 크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는 성적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수준이라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이런 성적 저하 탓에 선수들은 47개 대회에서 1만3000~2만3400달러 가량의 상금을 덜 가져갔다고 했다.
연구진은 프로 선수들이 어떨 때 가장 정치색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도 분석했다. 골프 경기를 티샷(드라이버)과 어프로치, 그린 주변, 퍼팅 등으로 나눠 분석했더니 티샷과 퍼팅을 할 때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 정치색이 다른 사람과 가까이에서 경기를 할 때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
골프대회에 참가해 경기를 할 땐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지만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이는 성적 저하로 이어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정치색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내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질 때 더욱 커졌다. 미국 내 정치 갈등 지수(Partisan Conflict Index)를 토대로 갈등이 심할 땐 성적 차가 0.55타까지 벌어졌다. 정치적 안정기엔 0.02타로 줄었다. 나이, 인종, 국적, 언어, 종교 등을 보정한 데이터로도 이런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런 상황이 직장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직장에서도 정치적 견해차가 큰 사람과 함께 일하면 개인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적 이질성과 같은 다양성을 없애고 동질적 사람으로만 구성하는 게 답은 아니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다양성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엔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갈등 탓에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엔 근로자들에게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대를 포용하는 방식으로 심리적 안정성을 높이고, 집중이 필요할 땐 독립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도움 된다.
연구에 참여한 벌라즈 코바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정치 성향은 가치와 신념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며 "특별한 상호 관계가 없어도 심리적 안정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분열은 미국 근로자들에게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비용을 인식하는 게 정치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