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처음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며 ‘지분 0% 후계자’라는 꼬리표를 떼기 시작했다. 책임경영 기반 확보와 함께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 2441주(0.01%), 코오롱글로벌 주식 1만518주(0.05%)를 매입했다. 매입 금액은 약 2억 원 수준이다. 코오롱인더는 미래 소재·부품사업의 중심 계열사이며, 코오롱글로벌은 건설·상사 부문을 담당하는 전략 법인으로, 이 부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그룹 지배력은 이웅열 명예회장이 확고하게 보유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지주사 ㈜코오롱 지분 49.7%와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그룹 후계자로 거론되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아 ‘지분 0% 후계자’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업계는 이번 매입을 단순 투자 이상의 의미로 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내 사업재편(리밸런싱)을 주도하며 경영 능력을 검증받아왔고, 이번 지분 확보는 실질적 지배 기반을 다져가는 첫 단계라는 분석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분 매입은 경영자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은 건설 경기 부진 여파로 지난해 영업손실 812억 원을 기록하며 지주사 체제 이후 처음 적자를 냈다. 이 부회장은 실적 회복을 위해 그룹 구조를 정비해 왔다. 주요 조치는 △복합소재 사업을 모은 코오롱스페이스웍스 출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완전자회사 편입 △코오롱인더?코오롱ENP 합병 추진 등이다. 재무 개선을 위해 인력 재편도 단행했다.
업계는 내년을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리밸런싱 성과가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질 경우 경영 승계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가 체질 개선의 기반을 닦았다면 내년은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시기”라며 “경영능력 검증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