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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1% 내렸는데 휘발유값 급등…가공식품도 '고환율 영향권'

입력 2025-12-02 17:53   수정 2025-12-08 16:13

지난달 국제 유가는 1년 전보다 10% 넘게 떨어졌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5%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웃돌 정도로 치솟으면서 국제 유가 하락분을 반납했다. 정부가 유류세 감면 폭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고환율로 커피 소고기 등 먹거리 품목의 수입 물가가 10~20% 오르면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도 들썩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휘발유값 5% 넘게 오르며 ‘역주행’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작년 11월 배럴당 72.6달러에서 지난달 64.5달러로 11.2%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맞닥뜨리는 국내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L당 1628원에서 1718원으로 5% 넘게 오르며 ‘역주행’했다.

가장 큰 원인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작년 11월 1394원30전에서 지난달 1460원40전으로 1년간 4.7% 올랐다. 원유는 100%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제 유가만큼 환율도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 지난 6월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이었지만 환율이 지난달보다 100원 가까이 낮은 달러당 1365원에 머무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1600원대 중반에서 유지됐다.

정부가 감면해 온 유류세율을 일부 환원한 점도 물가를 끌어올렸다. 정부는 2022년 보통 휘발유 기준 L당 516원인 유류세를 469원까지 낮췄다가 점차 인상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부과된 유류세는 L당 693.72원으로 1년 전(634.5원)보다 약 60원 높아졌다.

정유사의 정제 마진도 부담 요인이다. 정제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정제 마진은 최근 배럴당 18달러를 넘어 2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수요가 늘면서 휘발유 경유 등 정제유 마진이 커져서다.
◇ 널뛰는 환율에 가공식품 등도 타격
고환율로 인한 물가 압력은 석유류와 수입 농축수산물을 넘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가공식품·외식 물가 상승률은 각각 3.3%, 2.8%로 둔화했지만 수입 원재료 가격이 뛰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커피와 소고기의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3.4%, 18.1% 상승했다. 돼지고기(14.4%), 냉동 수산물(6%), 식용 정제유(12.4%) 등 먹거리 물가와 밀접한 품목의 수입 물가가 일제히 오르는 추세다. 환율 상승분이 아직 소비자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웰푸드가 올해 3분기까지 수입한 코코아류 단가는 ㎏당 1만5440원으로 1년 전(8718원)보다 77.1% 급등했다. 빽다방을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의 커피 원두 매입 가격도 같은 기간 ㎏당 1만4263원에서 2만1070원으로 47.7% 뛰었다. 오리온은 팜유 등 유지류 평균 매입 단가가 ㎏당 2981원에서 4451원으로 올랐다.

환율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CJ제일제당이 올해 3분기까지 적용한 평균 매입 환율은 달러당 1412원이지만 최근 환율은 147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밀가루, 사료용 옥수수는 작황 호조로 국제 가격이 내려 환율 부담을 일부 상쇄했지만 언제든 가격이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업체들의 이익은 축소되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9% 줄었고 CJ제일제당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6.1% 감소가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큰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광식/고윤상/남정민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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