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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나는 오늘도 휴대폰을 연다

입력 2025-12-02 18:02   수정 2025-12-03 00:19

“먼저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마음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행정도 사람의 일이라 그 진실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을 열어 SNS와 유튜브를 살피며 온라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유행을 좇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주민들의 작은 불편과 조심스러운 궁금증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인스타 DM 한 통, X(옛 트위터)의 실시간 메시지 하나가 어느 날엔 민심이 된다. “그늘막 덮개가 왜 고추처럼 보이냐”는 농담 같은 질문부터 “점자블록이 미끄럽다”는 절실한 제보까지,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도 삶의 질을 바꾸는 문제들이 숨어 있다. 그래서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구청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올해 봄 휴대폰을 넘기다가 우연히 ‘트위터 친구 어머니가 운영하는 백반집이 어렵다’는 글을 봤다. 짧은 글 속에는 망설임과 막막함이 배어 있었고, 많은 사람이 걱정과 공감을 나누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언급된 성동구 내 가게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구청장임을 밝히지 않고 조용히 포장 주문을 넣기도 했다. 방문 하나로 모든 것이 바뀌진 않겠지만 행정이 멀리 있지 않다는 느낌만큼은 전하고 싶었다. 이후 많은 응원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음을 확인했다.

나는 온라인에서는 질문이 들어오면 짧게 답하기보다 차근차근 설명을 풀어가는 편이다. 질문은 한 줄이어도 그 답을 제대로 드리려면 정책의 배경부터 예산 구조, 현장 판단까지 살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설명이 길어지지만, 그 긴 과정이야말로 행정이 진심을 담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2023년 겨울, 다른 지역의 컬러 맨홀 사고가 보도돼 시민 불안이 커졌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단순히 “성동구는 문제없다”고 말하기보다 소재, 내구성, 전국 사용 현황까지 총정리해 공개했다. 점자블록 문의가 들어왔을 때는 시각장애인 당사자 의견을 확인하며 규격 하나까지 꼼꼼히 살폈다. 행정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보다 “어떻게 괜찮게 만들까”를 확인시켜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그늘막 덮개가 ‘고추처럼 보인다’는 DM을 받았을 때는 놀랐지만 만약 주민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면 그것 역시 행정이 놓친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주민들의 시선이 늘 더 빠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배운 순간이었다.

가끔 “언제 그런 걸 다 보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그 속에서 주민의 표정과 도시의 풍경을 읽는다. 농담 같은 말도 진지하게 바라보면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온라인 메시지를 읽고 또 읽으며 긴 답을 쓴다. 자세히 설명할수록 주민의 이해가 깊어지고, 행정에 대한 신뢰도 함께 쌓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는 꾸준히 귀 기울이고 성실히 답할 것이다. 여러분의 궁금함이 있는 한, 나는 오늘도 휴대폰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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