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스타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복지 개혁안은 지난 7월 국회에서 부결됐다. 스타머 내각의 복지 개혁안은 장애인과 장기 질환자 복지 수당을 대폭 삭감해 예산 50억파운드(약 9조7000억원)를 절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커지자 스타머 내각은 기존 수급자는 예외로 하고 신규 신청자에게만 복지 수당을 삭감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스타머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예산안에는 연간 260억파운드(약 50조6000억원) 증세가 담기고 이렇다 할 복지 개편 계획은 없었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스타머 정부의 두 번째 예산안을 발표하며 “긴축하지 않고, 무모하게 차입하지 않으며, 부채와 생활비를 줄이는 것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국민의 세 부담은 증가할 전망이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2029∼2030회계연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율이 38.3%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로, 올해 3월 전망치보다 0.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총선 공약 파기까지 감수하고 추진하다 철회한 근로자 소득세 인상안은 이번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2030∼2031회계연도까지 개인 소득세·국민보험료 과세 기준은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세수 증가분은 83억파운드(약 16조10000억원)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숨겨진 증세’라는 지적도 있다.
또 인구 고령화로 복지 지출 수요가 증가해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영국 복지 예산은 작년 3033억파운드에서 올해 3130억파운드로 늘었다. 이는 전체 예산의 24% 정도다.
스타머 정부는 출범 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 엄격한 재정 준칙을 발표했다. 임기 내 경상지출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부채 비율을 하향 안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정체와 각종 복지 예산 축소 실패 등으로 재정 준칙 준수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선거 공약으로 “주요 세목에 대한 증세는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 정부는 2025~2026회계연도의 국채 발행 예정액을 약 3040억파운드로 잡았다. 2020~2021회계연도 코로나19 확산 대응 때를 제외하면 역대 최대다.
최근 영국에선 ‘경제적 비활동’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장기 질환’을 이유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2019년보다 40% 증가해 280만 명에 달한다. 만 16~24세 청년 중 구직과 학업 등 경제·학업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쉬고 있는 일명 ‘니트족’은 100만 명까지 늘었다. 스타머 정부는 이런 경제적 비활동 인구 증가의 핵심 원인을 복지 정책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영국 경제성장률은 1.1%다. IMF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과 비슷한 수준(1.3%)으로 제시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복지 지출을 어떻게 줄일지, 복지 개혁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어떻게 좁힐지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영국 가디언 기고에서 “진정한 노동당 정부라면 복지가 국가에 재정 부담을 주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며 청년이 일할 기회 박탈로 이어지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며 “국가의 경제적 재건을 위해 복지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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